명약열전 - 40년 '대한민국 대표 위장약' 보령제약 겔포스
비닐코팅 현탁액 위장약 첫 선
강력 제산 효과로 속쓰림 완화
중국수출 1호 국산 의약품
지난해 中 매출 500억 넘어
업그레이드 된 '겔포스엠' 이어
하반기 젊은층 겨냥 신제품 출시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위장병이 크게 늘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던 근로자들에게 퇴근 후 대포 한 잔은 큰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 수밖에 없었다.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렸다. 4년 만인 1979년 매출이 10억원에 달하면서 보령제약은 당시 국내 제약공장 최대 규모의 공장을 안양에 신설했다. 당시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주인공들이 외친 “위장병, 잡혔어”는 최고의 유행어였다. 안양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중국 수출 국내 의약품 1위
겔포스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일반의약품이다.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첫해부터 수출된 겔포스는 중국 수출 1호 국산의약품이다. 초반 정체였던 겔포스의 현지 판매는 중국 국민들이 주류와 육류 등 단백질을 본격적으로 섭취하기 시작한 2000년 중반부터 크게 늘었다. 2004년에 100억원을 넘긴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약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제약은 중국 현지공장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겔포스의 효능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다”며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겔포스
국내에서는 2000년에 기존 겔포스를 한 단계 향상시킨 ‘겔포스엠’이 출시됐다. 주 성분을 위벽에 더 잘 달라붙는 펙틴, 한천, 인산이온 등으로 바꿔 위보호막 형성작용을 늘린 게 특징이다. 흔들지 않고 복용할 수 있는 콜로이드 형태를 도입, 복용 편의성도 높였다. 겔포스엠은 연구개발에 4년, 임상시험에 2년이 걸렸다. 덕분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산제 가운데 유일하게 조성물 특허를 받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겔포스는 16억5700만포.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네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겔포스의 국내 제산제 일반의약품 시장점유율은 58.4%에 달한다. 보령제약은 하반기부터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고 또 한 차례 시장을 키워볼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