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위장약인 보령제약의 ‘겔포스’가 발매 40년을 맞아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판매 첫해인 1975년 6000만원에 그쳤던 겔포스는 매년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보령제약의 대표 효자상품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중국시장에서만 연간 500억원어치가 팔리는 수출간판 의약품이다. 겔포스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보조를 맞춰 온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이라 할 수 있다. 알약과 가루약이 대부분이던 1975년 보령제약은 비닐코팅으로 1회용씩 포장된 현탁액 위장약을 선보여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겔포스는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가 합쳐진 이름이다. 겔포스는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쓰림, 더부룩함 같은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24시간 공장 가동에도 수요 못 따라가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위장병이 크게 늘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던 근로자들에게 퇴근 후 대포 한 잔은 큰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 수밖에 없었다.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렸다. 4년 만인 1979년 매출이 10억원에 달하면서 보령제약은 당시 국내 제약공장 최대 규모의 공장을 안양에 신설했다. 당시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주인공들이 외친 “위장병, 잡혔어”는 최고의 유행어였다. 안양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중국 수출 국내 의약품 1위

겔포스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일반의약품이다.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첫해부터 수출된 겔포스는 중국 수출 1호 국산의약품이다. 초반 정체였던 겔포스의 현지 판매는 중국 국민들이 주류와 육류 등 단백질을 본격적으로 섭취하기 시작한 2000년 중반부터 크게 늘었다. 2004년에 100억원을 넘긴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약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제약은 중국 현지공장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겔포스의 효능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다”며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겔포스

국내에서는 2000년에 기존 겔포스를 한 단계 향상시킨 ‘겔포스엠’이 출시됐다. 주 성분을 위벽에 더 잘 달라붙는 펙틴, 한천, 인산이온 등으로 바꿔 위보호막 형성작용을 늘린 게 특징이다. 흔들지 않고 복용할 수 있는 콜로이드 형태를 도입, 복용 편의성도 높였다. 겔포스엠은 연구개발에 4년, 임상시험에 2년이 걸렸다. 덕분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산제 가운데 유일하게 조성물 특허를 받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겔포스는 16억5700만포.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네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겔포스의 국내 제산제 일반의약품 시장점유율은 58.4%에 달한다. 보령제약은 하반기부터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고 또 한 차례 시장을 키워볼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