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이 탈모로 고생하는 중년층 남성환자에게 모낭주사치료를 시술하고 있다. 강한피부과 제공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이 탈모로 고생하는 중년층 남성환자에게 모낭주사치료를 시술하고 있다. 강한피부과 제공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새해 결심으로 ‘탈모 치료’를 마음먹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별로 많지 않을 듯하다. 탈모를 ‘유전’으로 생각해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탈모가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말한다.

국내 탈모치료의 대가로 알려진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대한탈모치료학회 회장)은 “탈모는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병원 치료를 받게 되면 나을 수 있는 질환인데, 통계상 탈모환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입소문이나 민간요법들을 시도하다가 마음고생을 해가며 시간과 돈을 낭비한 뒤 수년이 넘어서야 전문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모는 조기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먹는 약, 바르는 약, 모낭 주위 주사, 줄기세포치료, 레이저 등의 치료를 받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이라며 “모발이식을 선택하기 전 일단 정확한 진단을 받고 여러 치료를 복합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초기탈모 ‘약물요법’ 바로 시작해야

[건강한 인생] 탈모는 불치병?…하루라도 일찍 병원 찾으면 完治도 가능해요
이모씨(29)는 고3 때부터 탈모가 시작된 전형적인 유전적 탈모환자다.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탈모가 있었다고. 탈모가 점점 심해지면서 M자형으로 시작해 앞머리와 정수리 머리가 거의 빠지고, 뒷머리와 옆머리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대인관계를 하는 데 위축감을 느꼈고 가까운 지인들한테서도 탈모라는 말을 들으며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결국에는 가발을 쓰고 다니면서 뒤늦게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모두 한결같이 모발이식을 권했다. 결국 모발이식을 결심했지만 고비용에다 이식 후 모발이 자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또 2차 시술의 가능성도 커서 결정이 쉽지 않았다.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던 끝에 그는 모발이식 대신 ‘모낭주사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를 선택했다. 주사 치료 6개월 후 거짓말같이 빠졌던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나 훤히 드러난 두피를 채웠고 가발도 벗었으며, 소원하던 취업도 했다.

○다양해진 발모 치료

최근 모낭세포를 활성화하는 치료로 프락셀레이저시술(헤어셀·hair cell)이 각광받고 있다. 탈모 부위의 두피에다 프락셀 레이저를 조사하면 두피 깊숙이 열에너지가 전달되면서 모근 재생이 빨리 이뤄지게 하는 시술이다. 1~2주에 1회씩 시술한다. 이마가 M자로 벗겨진 부위, 탈모 부위, 원형탈모증에 효과적이다. 헤어셀은 두피 주위에 자기장을 형성시켜 모낭세포를 활성화하고 미세혈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탈모 치료 및 증모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또 모근 재생과 강화에는 모낭주사를 활용한다. 모낭주사는 모낭과 돋아난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해줘 머리카락이 굵게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보통 환자의 두피와 탈모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 혼합이 달라진다. 약물은 혈액순환, 모발 성장, 항염작용, 성장 증진을 위한 약물 등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혼합한다. 약물에 따라 주사 위치도 달라진다. 강 원장은 “모낭주사 치료로 헤어라인이 복원되고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면 더 이상 탈모가 나타나지 않도록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두피 활성화를 위해 혈관줄기세포(PRP)를 활용하기도 한다. PRP(platelet rich plasma)는 자신의 혈액을 원심 분리해 일반 혈액보다 혈소판이 풍부하게 응축되도록 만든 혈장 성분을 말한다. 주사로 주입하면 혈소판에 많이 들어 있던 성장인자들이 탈모 부위의 모근을 강화해 머리카락이 돋아나고 빨리 자라게 해준다. PRP 중에서도 혈관줄기세포 치료는 탈모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혈관형성줄기세포가 많이 포함된 혈장을 두피 곳곳에 주사하는 시술이다. 줄기세포는 혈관 형성에 관여하면서 혈관이 잘 발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종전까지 모낭이 퇴행돼 빈 모공이 되면 더 이상 모발이 자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PRP와 모낭 주사를 병행하면 모발이 없어진 빈 모공에서 새로운 모발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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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사후관리도 중요

6~9개월의 치료가 끝났다고 탈모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현상 유지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두피 상태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균형잡힌 식생활을 해줘야 한다. 스트레스가 탈모를 악화하는 일이 많으므로 각종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내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경과를 점검하고 유지치료(복용약)도 받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머리숱을 유지하면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도움말=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