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機甲戰 vs 클러스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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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에 대한 연구도 뜨겁다. 그처럼 군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독일군 장교도 드물다. 전투의 귀재이자 리더십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영국군 기갑장교 출신으로 롬멜의 전기를 쓴 찰스 메신저는 “롬멜의 리더십을 배우는 것은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롬멜이 이끈 ‘제7기갑사단’은 마지노선을 우회해 셰르부르까지 진군, 프랑스를 순식간에 함락시켰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며 최전방에서 과감한 돌파로 연합군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용광로 대신 첨단 산업단지로
당시 지상군 주력 무기는 탱크였다. 이의 주재료인 철을 공급하던 곳은 독일 루르지방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더 이상 벌건 쇳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용광로는 녹슨 채 박물관이 됐고 탄광은 폐쇄됐다. 철과 석탄의 중심지인 뒤스부르크 에센 보훔 도르트문트는 나노 마이크로 정보기술 의료기기 등 첨단 산업 클러스터(집적지)로 변신했다.
이들은 이제 ‘포성 없는 전쟁’인 21세기 산업전쟁을 이끄는 클러스터의 주력부대로 뛰고 있다. 이들 도시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만 16개 클러스터가 활약하고 있다. 전국의 클러스터는 수십 곳이 넘는다. 이들은 아헨공대 슈투트가르트공대 뮌헨공대 등 우수한 공대 및 응용기술의 메카 프라운호퍼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며 강력한 힘을 내뿜고 있다.
이른바 ‘클러스터 활동’이다. 산·학·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인력과 지식 정보를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독일이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은 데는 이런 클러스터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속에서 독일이 2013년 1887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도 이들의 힘에 의존한 바가 컸다. 그해 미국이 6887억달러, 일본이 1117억달러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1세기는 클러스터 간의 싸움
독일 정부는 개별 기업에 대해 특혜성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러스터 활동’은 과감하게 돕는다. 지난 연말 방한한 크누트 코샤츠키 독일 프라운호퍼ISI(시스템·혁신연구소) 본부장은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연방정부는 클러스터당 최대 5년간 4000만유로를 지원한다”며 “현재 대상은 바이오 전기차 탄소섬유 지능형기술 면역 등 5개 분야”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산업전쟁은 클러스터 간의 싸움이다. 얼핏 보기엔 애플과 삼성,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 GE와 지멘스 등 골리앗 간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한 겹을 벗겨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다윗들이 자리 잡고 있다.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체들과 연구소, 공대, 금융회사 등이 결집돼 군단을 이루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융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70여개 미니 클러스터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산·학·연 협력 활동이 좀 더 획기적인 성과를 내려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국가 간 클러스터 전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
이런 가운데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에 대한 연구도 뜨겁다. 그처럼 군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독일군 장교도 드물다. 전투의 귀재이자 리더십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영국군 기갑장교 출신으로 롬멜의 전기를 쓴 찰스 메신저는 “롬멜의 리더십을 배우는 것은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롬멜이 이끈 ‘제7기갑사단’은 마지노선을 우회해 셰르부르까지 진군, 프랑스를 순식간에 함락시켰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며 최전방에서 과감한 돌파로 연합군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용광로 대신 첨단 산업단지로
당시 지상군 주력 무기는 탱크였다. 이의 주재료인 철을 공급하던 곳은 독일 루르지방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더 이상 벌건 쇳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용광로는 녹슨 채 박물관이 됐고 탄광은 폐쇄됐다. 철과 석탄의 중심지인 뒤스부르크 에센 보훔 도르트문트는 나노 마이크로 정보기술 의료기기 등 첨단 산업 클러스터(집적지)로 변신했다.
이들은 이제 ‘포성 없는 전쟁’인 21세기 산업전쟁을 이끄는 클러스터의 주력부대로 뛰고 있다. 이들 도시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만 16개 클러스터가 활약하고 있다. 전국의 클러스터는 수십 곳이 넘는다. 이들은 아헨공대 슈투트가르트공대 뮌헨공대 등 우수한 공대 및 응용기술의 메카 프라운호퍼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며 강력한 힘을 내뿜고 있다.
이른바 ‘클러스터 활동’이다. 산·학·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인력과 지식 정보를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독일이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은 데는 이런 클러스터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속에서 독일이 2013년 1887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도 이들의 힘에 의존한 바가 컸다. 그해 미국이 6887억달러, 일본이 1117억달러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1세기는 클러스터 간의 싸움
독일 정부는 개별 기업에 대해 특혜성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러스터 활동’은 과감하게 돕는다. 지난 연말 방한한 크누트 코샤츠키 독일 프라운호퍼ISI(시스템·혁신연구소) 본부장은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연방정부는 클러스터당 최대 5년간 4000만유로를 지원한다”며 “현재 대상은 바이오 전기차 탄소섬유 지능형기술 면역 등 5개 분야”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산업전쟁은 클러스터 간의 싸움이다. 얼핏 보기엔 애플과 삼성,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 GE와 지멘스 등 골리앗 간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한 겹을 벗겨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다윗들이 자리 잡고 있다.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체들과 연구소, 공대, 금융회사 등이 결집돼 군단을 이루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융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70여개 미니 클러스터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산·학·연 협력 활동이 좀 더 획기적인 성과를 내려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국가 간 클러스터 전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