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인 업황 속에서도 상승을 거듭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 송곳)’ 종목들이 눈에 띈다. 어려운 시기에도 대규모 투자 결단을 내리거나 신사업으로 기회를 마련하고, 중국시장 공략으로 차별화하는 기업들이다.
신세계건설·LG상사·오리온, 업황 죽쒀도…나홀로 新고가 찍었다
22일 신세계건설은 2.21% 오른 3만475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며 최근 1년래 신고가를 찍었다. 이달만 16.4% 상승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72.89%에 이른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주들이 신저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로는 업계 30위권에 그친다. 그러나 변동성보다 안정성, 외형보다 수익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계열사 수주를 기반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해외 수주 감소 우려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 둔화 충격을 피해갔다. 2013년 202억원 영업적자에서 지난해 181억원의 흑자전환도 예상된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31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마트를 현재 148개에서 190개로, 백화점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은 15개에서 45개로 늘리기로 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한다. 이민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계열사 출점 수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수주가 기대된다”며 “매출 성장은 물론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휘청거린 상사주 중에선 물류업체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LG상사, 소비 위축으로 부진한 제과주에서는 중국시장에서 강한 오리온의 상승세가 빛났다.

LG상사는 최근 3개월 새 45.61% 올랐다. 범한판토스 지분 51% 취득 공시 이후 지난 21일엔 최근 1년래 신고가(3만3250원)도 찍었다. 자원개발과 무역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물류’ 쪽 신사업으로 다각화한 덕분이다.

LG상사 같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3개월 새 20.74%, SK네트웍스는 같은 기간 25.29% 하락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상사는 물류회사 인수로 자원개발 및 트레이딩 프로젝트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계열사 물량 확대로 범한판토스 외형 성장을 통한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선전으로 국내 시장 부진의 굴레를 벗은 오리온은 이날 0.29% 오른 10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래 신고가다. 오리온의 전체 실적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중국시장 매출은 13.8%, 영업이익도 17.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성적이 부진한 롯데제과는 같은 기간 7.18% 하락했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외형과 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국시장 확대 속도가 빠르고 고가 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