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놀이터 3000여곳 폐쇄 위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A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사진). 이곳 그네와 미끄럼틀엔 접근 금지를 알리는 빨간색 테이프가 둘러 쳐져 있었다. 그네 기둥엔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사용을 금지한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공고문이 붙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놀이터 시설 개선에 많은 비용을 들일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국 3000여개 어린이놀이터가 오는 26일부터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놀이터는 이달 25일까지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검사를 받았더라도 불합격한 놀이터는 개·보수한 뒤 재검사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2008년 당시 국회와 정부는 놀이터에서 부서진 놀이기구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안전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다만 2008년 이전에 조성된 놀이터는 이달 25일까지 7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아파트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시행을 늦춘 것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놀이터는 총 6만2989개로, 지난해 말까지 90%에 달하는 5만9000여곳이 안전검사를 받았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시공원이나 어린이집, 학교, 유치원 등에 있는 놀이터의 안전검사 합격률은 99%가 넘는다.

민간 주택단지는 사정이 다르다. 민간 아파트의 경우 3000여곳이 아직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검사에서 불합격했다는 게 안전처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전체 7662곳의 놀이터 중 90%에 달하는 6738곳이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놀이터는 5299곳 중 84%인 4425곳만 검사를 받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검사에서 불합격하면 아파트 주민들이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해 스스로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이터 한 곳을 보수하는 데만 최소 3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