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울교육청 "유치원 중복지원자 합격취소 방침 철회"…法지킨 학부모만 손해보라니…
서울교육청이 유치원 중복지원자의 합격 취소 방침을 철회했다. 교육청 방침에 따라 중복지원하지 않은 학부모들만 결국 손해를 보게 됐다. ‘어설픈 정책’으로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교육청은 23일 유치원 중복지원자의 합격을 취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원아 재모집 등으로 인한 학부모와 유치원 운영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중복지원자를 적발해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아모집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작년 12월 유치원 원아모집을 앞두고 유치원을 가나다 군으로 분류해 총 네 번만 지원하도록 방침을 바꿨고 중복지원이 적발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십 군데씩 중복지원하는 등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추첨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방침을 내놓으면서 탁상행정 논란을 불러왔다. 또 지난달 19일까지 교육청이 시내 국공립 유치원 185곳, 사립 유치원 699곳에 지원자 명단 제출을 요구했으나 국공립 유치원은 전부 제출한 반면 사립 유치원은 절반만 냈다.

특히 지원 횟수 제한 조치로 원아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사립 유치원들이 명단 제출을 거부했지만 시교육청은 뾰족한 제재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과열 경쟁과 불신을 개선하고자 횟수 제한을 추진한 것인데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못하고 시행한 불찰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교육청 방침에 따라 지원한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교육청이 제시한 횟수만큼만 집 근처 공립유치원에 지원했다가 모두 불합격해 집에서 멀고 원비도 비싼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됐다는 한 학부모는 “남들이 수십 군데씩 지원했다고 해도 따라서 하지 않았는데 왜 규칙대로 한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추첨 직전에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고 학부모들을 윽박지르더니 결국 ‘없던 일’로 슬그머니 발을 빼는 교육청의 행정은 아마추어의 극치”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임기훈 지식사회부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