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에게 서울은 강도 높은 업무를 피할 수 없는 지역이다. 인구가 많아 치안 수요가 늘 넘쳐난다. 동시에 서울 근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이 힘든 만큼 많은 승진자가 나온다. 서울엔 31개 경찰서가 있다. 모든 경찰서가 1급지(지역 내 인구 30만명 이상)다. 이 중에서 종로 남대문 영등포 강남 송파 등 5개 경찰서는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핵심’ 경찰서로 꼽힌다.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미국·일본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지역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중요도 면에서는 ‘대한민국 1번지 경찰서’로 불린다. 주요시설 경비 경호를 맡고 있는 데다 각종 집회와 시위가 빈번해 이곳 경찰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남대문경찰서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집중적으로 열려 경비 분야에 정통한 간부들이 배치되는 곳이다. 대형 집회와 시위 장소가 종로경찰서 관할인 광화문 및 청계광장에서 남대문경찰서 담당인 서울시청 및 서울역 광장으로 이동하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남대문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연간 열린 집회 참석 인원이 어지간한 지방경찰청의 연간 집회 인원과 맞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엔 명동성당을 담당했던 중부경찰서도 핵심 경찰서로 대우받았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명동성당 등 주요 시설들이 남대문경찰서와 종로경찰서 관할로 넘어가면서 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강남경찰서는 대한민국 최대 ‘부촌’을 관할하는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관할 지역 내 유흥가가 밀집한 탓에 범죄도 잦다. 2013년 기준 112신고 건수는 서울 경찰서 중 6위, 주요 7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방화, 마약) 발생 건수는 4위였다.

영등포경찰서도 역시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에서 112신고 건수가 세 번째이고 7대 범죄 발생 건수도 많다. 경찰 입장에서 보면 국회와 주요 정당 경비에 신경써야 하고, 경찰 관련 각종 법안 및 정보 등을 수집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강남·영등포경찰서는 일은 고되지만 승진도 잘돼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경찰들이 많다. 최근 3년간 총경 이상 승진자를 분석한 결과 강남과 영등포경찰서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952명의 경찰관이 일하는 송파경찰서는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관할 지역 인구도 67만2000명에 달한다. 김해경 서장은 서울 경찰서 중 유일한 ‘경무관 서장’이다.

김태호/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