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강신명의 쉬운 시험 혁신…'열공' 대신 '열근' 경찰 승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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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심' 강 청장 방침 맞춰 시험보다 근무평정이 승진 결정
지난 17일 경정 이하 승진시험 10명 중 1명 꼴로 만점자 속출
시험 공부 유리한 부서에 지원자 몰리는 부작용 해소
"윗사람에 잘 보여야 승진" 불만…근무평정 공정성 높여야
지난 17일 경정 이하 승진시험 10명 중 1명 꼴로 만점자 속출
시험 공부 유리한 부서에 지원자 몰리는 부작용 해소
"윗사람에 잘 보여야 승진" 불만…근무평정 공정성 높여야
![[경찰팀 리포트] 강신명의 쉬운 시험 혁신…'열공' 대신 '열근' 경찰 승진 기회](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530592.1.jpg)
이 때문에 지난 17일 1만8600여명의 경감 이하 경찰이 응시한 경장~경정 승진시험에선 만점자가 속출했다. 평균 점수도 직급별로 10~15점씩 대폭 상승했다. 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약화되고 반영비율이 축소되면서 근무평정이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경찰시험이 ‘물수능’처럼 돼 버렸다는 불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시험을 계속 쉽게 출제해 업무에 충실한 사람이 승진하는 조직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경찰팀 리포트] 강신명의 쉬운 시험 혁신…'열공' 대신 '열근' 경찰 승진 기회](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01.9531094.1.jpg)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승진은 시험 점수 60%에 근무평정 40%가 합산돼 결정된다. 형법, 형사소송법, 헌법, 행정학 등 직급별 시험과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근무평정은 직전 2년간의 업무 성과만 반영된다. 지난해엔 6907명이, 올해는 4425명이 시험과 근무평정이 합산된 점수에 따라 승진했다.
지난해까지는 시험 60%, 근무평정 25%, 기본 교육평가 15% 등의 비율로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근무평정 반영 비율을 40%로 높였다. 과정만 이수하면 모두 만점을 받는 기본 교육평가는 없앴다. 그러면서 시험은 예년보다 훨씬 쉽게 냈다. 시험보다는 평소에 얼마나 업무에 충실했는지를 평가하는 근무평정이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도록 한 셈이다.
시험이 쉬워질 것으로 알려지자 승진 가능 인원이 지난해 6907명에서 4425명으로 크게 줄었는데도 응시자 수는 1만6459명에서 1만8679명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만점자가 무더기로 쏟아졌고, 평균 점수도 대폭 상승했다.
![올해부터 경찰 승진시험 난이도가 대폭 하향 조정돼 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앞으로 시험보다는 근무평정이 경찰관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특진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승진자들이 임명장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530377.1.jpg)
업무시간에 책 펴놓는 경찰 사라질까
경찰청이 시험승진 제도에 ‘칼’을 들이댄 이유는 시험공부에 유리한 일부 부서로 지원자가 몰리는 등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승진철이 다가오면 업무시간에도 책을 펴놓고 시험공부에 몰두하는 경찰관들이 적지 않다. 감찰을 담당하는 청문감사관 직원들이 순찰을 돌며 근무기강 해이를 단속해야 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기동단과 경비대, 지구대, 파출소가 근무지로 선호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기동단과 경비대는 집회·시위에 대비한 출동이 없으면 부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타부서에 비해 시험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특히 서울에 비해 집회·시위가 적은 지방경찰청에서는 승진을 앞둔 사람들이 기동단과 경비대에 근무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지구대와 파출소 가운데 4교대로 근무가 돌아가는 곳은 승진시험 준비를 위한 ‘명당’으로 불린다. 이틀간 하루 8시간씩 주야간 근무를 서면 다음날은 비번으로, 그 다음날은 휴무라 이틀을 잇따라 쉬면서 공부에 몰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간 112신고가 거의 없어 경찰들 사이에서 ‘절간’으로 불리는 청와대 인근 파출소도 인기 지역으로 통한다.
이와 달리 살인과 강도, 절도 등의 강력범죄가 많은 강력팀과 형사팀은 승진을 앞두고 피해야 할 부서로 꼽힌다.
김영록 경찰청 인재선발계장은 “승진시험 준비를 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곳에 지원이 몰린 것은 사실”이라며 “시험을 쉽게 출제한 이유도 평소 업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경찰관에게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평정 너무 주관적” 불만도
승진시험제도 개편에 대해 경찰 내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관 중에는 “시험 성적이 승진을 좌우하던 기존 방식이 인맥과 외부 입김에 영향을 덜 받는 비교적 공정한 제도”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험 성적의 변별력이 약화되면 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해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승진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근무평정은 상급자의 주관적 평가가 작용하는 만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무평정이 부서 내 동일 계급별 상대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같은 부서 내 동일 계급의 경찰관이 몰려 있을 경우 연차가 낮은 경찰관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사는 “연차가 낮은 경찰관들은 승진시험을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홍선표/김태호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