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 방문길에 나선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왼쪽)을 동생인 살만 왕세제(오른쪽)가 배웅 하고 있다. 리야드AP연합뉴스
2010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 방문길에 나선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왼쪽)을 동생인 살만 왕세제(오른쪽)가 배웅 하고 있다. 리야드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23일(현지시간) 타계하면서 국제원유 시장이 요동쳤다. 석유값 급락 와중에도 생산량 유지를 고수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정책이 압둘라 국왕의 타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은 지난달 폐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압둘라 국왕이 이날 오전 1시에 91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압둘라 국왕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축에 반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예상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시간외거래에서 3.1% 치솟았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국왕을 이어 왕위에 오르는 살만 왕세제(80)가 일찌감치 석유 생산량 유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살만 왕세제는 지난 6일 왕실을 대표한 연설에서 “세계적 경기 둔화로 인해 국제원유 시장이 위기에 빠졌지만 사우디는 생산량 유지라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우디는 원유 시장 위기를 적절히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렌스 오크덴 아라비아모니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 지도층들이 이미 저유가에 따른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원유정책의 실권을 가진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 역시 유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우디 왕위는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유언에 따라 장자 상속이 아닌 형제 상속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2012년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오른 살만 왕세제는 형제 중에 여섯 번째로 국왕이 된다.

살만 왕세제는 1962년부터 2011년까지 50년 동안 수도 리야드의 주지사를 지내면서 행정 및 정치력을 키웠다. 그는 사우디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수다이리 7형제’ 가운데 한 명이다.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여덟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수다이리 7형제는 5대 국왕이었던 파흐드 국왕을 비롯해 국방·내무장관 등을 배출한 실세 혈통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