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반대 뛰어넘은 드라기의 리더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개월 설득…예상 2배 넘는 양적 완화 만장일치 통과
“‘슈퍼 마리오’가 엘리베이터에는 갇혔지만 유럽이 탈 엘리베이터인 양적 완화는 내놨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결정한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양적 완화를 보도하면서 단 기사의 제목이다. 2011년 11월 ECB 총재를 맡은 이래 항상 정시에 기자회견을 시작했던 마리오 드라기 총재(사진)는 이날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회견에 10분가량 늦었다. ‘슈퍼 마리오’란 일본 게임제작사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로, 드라기 총재의 결단력과 과단성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드라기 총재는 막판까지 반대한 독일을 설득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양적 완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리더십과 수완이 웬만한 정치인 이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적 방향 제시로 상황 반전
지난 주말까지만해도 시장에선 드라기 총재가 5000억유로 정도의 양적 완화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규모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매월 600억유로, 총 1조1400억유로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풀기로 한 것은 양적 완화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양적 완화 종료 시점을 내년 9월로 예정하면서 “2%의 물가상승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료기한을 열어둠으로써 발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푸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처럼 결론을 뚜렷이 밝히지 않으면서 방향을 공격적으로 제시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에도 구체적 대책을 내놓기 앞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로화를 지키겠다”고 말해 시장 상황을 반전시켰다.
◆반대파의 반발 잠재운 수완
막판까지 우려됐던 독일의 반발도 잠재웠다. 독일 정치인들은 양적 완화가 실시되면 부실국 국채를 독일인의 세금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ECB 최대주주인 독일의 반발에 밀려 드라기 총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양적 완화 계획을 내놓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판이했다.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집행이사 6명과 15명의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중 드라기 총재의 안을 반대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책이 나온 직후 “ECB가 어떤 조치를 내놓든 유럽 정치인들은 경제 개혁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ECB에 대한 불만은 나타내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의 발빠른 설득작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2년부터 유로존 경기부양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난 14일 만나 양적 완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대규모 양적 완화 결정으로 부각된 드라기 총재의 리더십이 언제까지 주목받을지는 양적 완화 효과와 향후 유럽 경제 회복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래프는 “양적 완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드라기 개인과 ECB가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결정한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양적 완화를 보도하면서 단 기사의 제목이다. 2011년 11월 ECB 총재를 맡은 이래 항상 정시에 기자회견을 시작했던 마리오 드라기 총재(사진)는 이날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회견에 10분가량 늦었다. ‘슈퍼 마리오’란 일본 게임제작사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로, 드라기 총재의 결단력과 과단성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드라기 총재는 막판까지 반대한 독일을 설득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양적 완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리더십과 수완이 웬만한 정치인 이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적 방향 제시로 상황 반전
지난 주말까지만해도 시장에선 드라기 총재가 5000억유로 정도의 양적 완화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규모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매월 600억유로, 총 1조1400억유로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풀기로 한 것은 양적 완화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양적 완화 종료 시점을 내년 9월로 예정하면서 “2%의 물가상승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료기한을 열어둠으로써 발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푸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처럼 결론을 뚜렷이 밝히지 않으면서 방향을 공격적으로 제시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에도 구체적 대책을 내놓기 앞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로화를 지키겠다”고 말해 시장 상황을 반전시켰다.
◆반대파의 반발 잠재운 수완
막판까지 우려됐던 독일의 반발도 잠재웠다. 독일 정치인들은 양적 완화가 실시되면 부실국 국채를 독일인의 세금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ECB 최대주주인 독일의 반발에 밀려 드라기 총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양적 완화 계획을 내놓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판이했다.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집행이사 6명과 15명의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중 드라기 총재의 안을 반대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책이 나온 직후 “ECB가 어떤 조치를 내놓든 유럽 정치인들은 경제 개혁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ECB에 대한 불만은 나타내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의 발빠른 설득작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2년부터 유로존 경기부양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난 14일 만나 양적 완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대규모 양적 완화 결정으로 부각된 드라기 총재의 리더십이 언제까지 주목받을지는 양적 완화 효과와 향후 유럽 경제 회복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래프는 “양적 완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드라기 개인과 ECB가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