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달군 ECB 양적완화…모닥불일까…장작불일까
유럽중앙은행(ECB)의 화끈한 양적 완화 결정에 힘입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 매입을 통해 매월 600억유로(약 74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풀리기 때문에 각국 증시로 유럽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만 따지면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증권주 크게 상승

코스피지수는 23일 전날보다 15.27포인트(0.79%) 오른 1936.09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지수다. 외국인들이 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미국 S&P500, 일본 닛케이225 등은 지수 상승폭이 1%를 넘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호재보다 악재가 많던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유럽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지수 하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2년 9월 ECB가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을 발표했을 때와 흡사한 글로벌 유동성 장세를 예상한다”며 “글로벌 증시에 발맞춰 코스피지수도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의 채권매입 규모가 시장 예측을 뛰어넘은 만큼, 각국 중앙은행에도 금리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뒤로 미뤄지거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내 증시의 수급 측면에선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혜 크지 않다” 분석도

ECB의 양적 완화가 국내 증시의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유럽에서 풀리는 자금의 성격상 신흥국 주식으로 투자되는 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에서 늘어나는 유동성은 채권에 투자돼 있던 자금으로 리스크에 예민하다”며 “미국 국채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신흥국 주식으로는 옮겨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부메랑’ 우려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ECB 양적 완화 소식에 1.64% 상승한 94.23으로 마감했다. 이 지표가 94를 넘어선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는 2% 넘게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원화 대비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수급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를 기준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우려해 국내 주식 매입을 꺼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