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50세 이상 중·고령층은 대부분 아날로그 세대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이 지난 10년 사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젊은 층은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혜택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 세대 또는 중·고령층은 IT 환경에 익숙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정보기술이 급변하는 현상을 낯설어한다. 두뇌 기능이 예전 같지 않아 뭔가를 새로 배우고 기억하는 일도 쉽지 않다. 옛날 방식이 편한데 나이 들어 굳이 새로운 것들을 익힐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정보기술 환경에 적응할지의 여부가 단순히 밥만 먹을지 파스타도 즐기며 살지를 선택하는 문제라면 그저 개인의 취향에 맡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을 포함해 주위의 다양한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생태계를 형성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정보기기들이 서로 연동(聯動)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익히지 않으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작년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 중·고령자 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잘 활용하는 사람일수록 일자리 정보탐색 빈도가 높았다.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 건강, 금융, 여가생활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 얻을 수 있고 국내외에 살고 있는 가족, 친구들과의 소통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기술 활용 능력은 중·노년기 웰빙(well-being)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13 여가백서’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9년 2만명 수준에서 2012년 87만여명으로 급증했다. 평생교육원이나 복지관,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여가 프로그램 중에서도 컴퓨터 교육, 스마트폰 사용법 관련 강좌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는 정보기술 환경이 낯설어 피하기보다는 젊은이들처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배우려는 중·고령자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낯선 것들을 즐기고 부지런히 배우자.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