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위 아 더 챔피언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우리는 챔피언이다. 그리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영국의 전설적 그룹 퀸(Queen)이 부른 ‘위 아 더 챔피언’의 한 구절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대회는 물론이고 눈물을 동반한 감동적인 승부의 세계에서는 이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제격이다. 단언하건대 승자의 트로피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축하의 함성을 더욱 드높여주는 노래 중 으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감동이 더욱 배가되는 상황은 이 음악이 바로 패자에게 쓰일 때다. 노력한 패자의 어깨를 감싸는 ‘위 아 더 챔피언’이 우리에게 더욱 감동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노력한 자의 패배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달리기 경주에서 연골이 자라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친구에게 졸업 전에 꼭 1등을 안겨주고 싶은 학생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펼쳐졌다. 100m 달리기 중 앞서던 친구들이 갑자기 멈춰 뒤처진 친구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뿐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더군다나 경쟁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에는 반성과 함께 아이들에게 배우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바로 그것, 1등도 좋지만 때론 더불어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선택한 것이다.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러나 현실은 이야기한다.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모든 사람이 다 잘할 수는 없다. 모두 1등이 될 수는 없다. 제일 잘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2등부터는 다 고개를 숙이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그러한 사회에 만족하는가.

우리는 모두 같이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다. 2등 없는 1등은 없다. 영원한 1등도 없다. 사회가 팍팍하고 힘들수록 옆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낮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거의 본능적으로 무시한다. 교양 있는 사람인 척하지만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가 무서워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아이 앰 어 챔피언(I am a champion)’만을 생각하고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석현 < 국회 부의장 esh33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