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지유네트 대표(왼쪽부터), 정홍국 U.G.A&P 회장, 민상기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김주성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박현 지유명차 회장이 24일 서울 운니동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해성 기자
김종훈 지유네트 대표(왼쪽부터), 정홍국 U.G.A&P 회장, 민상기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김주성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박현 지유명차 회장이 24일 서울 운니동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해성 기자
“정치인들은 사절입니다.”

‘국격있는 선진국을 생각하는 모임(이하 국선생)’ 회원들을 지난 24일 서울 운니동 한국문화정품관에서 만났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김주성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코오롱그룹 부회장)은 다소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인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좌중을 휘어잡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모임에서든 본인 목적만을 달성하려고 하죠. 그래서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안 됩니다. 우리 모임엔 안 맞아요.”

국선생은 말 그대로 ‘국가 선진화’에 대한 우국충정을 나누는 각계 리더들의 모임이다. 2013년 초 안면이 있는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사회문제를 논의해 오다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법인설립을 마쳤다. 경운동 수운회관에 사무실 겸 토론장으로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호텔보다는 소박한 곳에서 차나 식사를 함께하며, 역사 속에서 국격 선진화의 답을 찾기 위해 문화유적지를 정기적으로 탐방하는 것도 모임의 특징이다.

김 회장은 “식민지배와 전쟁 폐허를 딛고 50여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세계 유례없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지만 외적 성장만큼 정신과 문화를 풍요롭게 채우지 못했다. 이 내면을 채워가자는 게 모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선진국은 경제적 번영이나 시간의 경과 후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며 “성장의 그늘, 민주주의 방향 상실, 후진적 부조리 등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국선생에는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오승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이세경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등 각계 인사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모여 여러 주제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을 해 왔다. ‘국가 선진화의 역사적 성격 및 방법론’ ‘한반도 통일방안’ ‘대학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창조경제 실태’ ‘세월호 사고로 본 국가 현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경영리더십’ ‘창업국가의 시사점’ ‘중국 윈난 소수민족들의 공존공생 정신과 융합문화 그리고 우리의 현실’ 등 광범위하다. 가장 최근 모임에 합류했다는 민상기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다들 각 분야의 대가들이라 그런지 한 번 논리를 펴기 시작하면 볼 만하다”며 웃었다.

이런 토론의 결과는 이론·정책적 연구로 확대한 뒤 각계와 소통하는 게 모임의 목표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은 “메모 투 더 프레지던트, 리더, 시민들(memo to the president, leader, citizen)이 모임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 줄 듯하다”며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말과 덕을 건네고, 우리 취지에 동의하는 각계 인사들에게 문호를 열고 여러 견해를 수렴해 ‘국격 선진화’가 공감되고 확산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선생은 ‘남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거나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떠안고, 가족과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을 ‘차세대 리더’로 정의하고 이를 선정·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김 회장은 “젊어도 탁한 피가 있을 수 있고 늙어도 맑은 피가 흐를 수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국격 선진화에 앞장설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