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백수로 놀거나 '구멍가게'로 갈 수밖에…", '눈물의 퇴임식' 그 후…금감원 임원 재취업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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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논란에 외부 시선 싸늘…사기 저하 심각
"무조건 매도 말고 전문성 활용" 목소리 커져
"무조건 매도 말고 전문성 활용" 목소리 커져
“아무리 생각해도 별수가 없네요. 취업제한 기간인 2년 동안 ‘백수’로 지내는 수밖에요.”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퇴직 후 금융 관련 협회나 금융회사 감사 등의 간부자리를 꿰찼던 일은 ‘옛날’ 얘기가 됐다. 현직 시절 업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취업할 수 있지만 사회 분위기상 최근 4년 동안 심사신청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자존심 접고 ‘구멍가게’라도…”
지난 16일 금감원 1층 로비는 눈물바다가 됐다. 금감원 임원 4명이 전부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1~2년 만에 퇴임했기 때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대부분 최고 인재로 꼽히는 이들인데도 조기퇴직해 갈 곳이 없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년여 동안 퇴직한 고위 임원 9명 중 재취업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직 한 부원장에게 취업제한 기간 2년 동안 아예 ‘백수’로 지내기로 작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는 친구나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중소기업 재취업을 알아보기도 한다. 말이 좋아 취업이지 임시로 머무는 ‘알바’ 자리다.
재취업이 막힌 이유는 취업제한 대상이 많아져서다. 3960곳이던 취업제한 민간기업 수가 지난해 1만3586곳으로 늘어났다. 주유소 72곳, 정미소 3곳도 포함됐다. 심사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1만3586곳 이외의 자본금 10억원 미만, 연간 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뿐이다.
◆저축銀 사태 후 취업신청도 못해
취업제한 기업은 엄밀히 말하면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 ‘심사’ 대상이다.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취업할 수 있다. 예컨대 은행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전 임원이 심사를 거치면 보험사나 증권사 재취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금감원은 퇴직자의 취업심사 신청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011년 초 이후 금감원 임원이 취업심사를 신청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물러난 경우는 낫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3월31일 시행되면 취업제한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도 소속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된다.
물론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다. 무리하게 퇴직자를 민간 회사에 보낸 업보다.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 등을 사장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회사 사장은 “나라에 봉사한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취약한 인재풀도 더 옥죄는 일”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를 선별적으로 승인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퇴직 후 금융 관련 협회나 금융회사 감사 등의 간부자리를 꿰찼던 일은 ‘옛날’ 얘기가 됐다. 현직 시절 업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취업할 수 있지만 사회 분위기상 최근 4년 동안 심사신청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자존심 접고 ‘구멍가게’라도…”
지난 16일 금감원 1층 로비는 눈물바다가 됐다. 금감원 임원 4명이 전부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1~2년 만에 퇴임했기 때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대부분 최고 인재로 꼽히는 이들인데도 조기퇴직해 갈 곳이 없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년여 동안 퇴직한 고위 임원 9명 중 재취업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직 한 부원장에게 취업제한 기간 2년 동안 아예 ‘백수’로 지내기로 작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는 친구나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중소기업 재취업을 알아보기도 한다. 말이 좋아 취업이지 임시로 머무는 ‘알바’ 자리다.
재취업이 막힌 이유는 취업제한 대상이 많아져서다. 3960곳이던 취업제한 민간기업 수가 지난해 1만3586곳으로 늘어났다. 주유소 72곳, 정미소 3곳도 포함됐다. 심사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1만3586곳 이외의 자본금 10억원 미만, 연간 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뿐이다.
◆저축銀 사태 후 취업신청도 못해
취업제한 기업은 엄밀히 말하면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 ‘심사’ 대상이다.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취업할 수 있다. 예컨대 은행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전 임원이 심사를 거치면 보험사나 증권사 재취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금감원은 퇴직자의 취업심사 신청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011년 초 이후 금감원 임원이 취업심사를 신청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물러난 경우는 낫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3월31일 시행되면 취업제한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도 소속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된다.
물론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다. 무리하게 퇴직자를 민간 회사에 보낸 업보다.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 등을 사장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회사 사장은 “나라에 봉사한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취약한 인재풀도 더 옥죄는 일”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를 선별적으로 승인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