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속노조 위원장실 점거한 하청노조
“조직 내부 분란을 야기하는, 노동운동을 빙자한 폭력배일 뿐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하청지회가 금속노조 위원장실을 점거한 지 1주일째인 26일, 금속노조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울산하청지회 소속 18명은 지난 20일 서울 정동 금속노조 위원장실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8월 현대차가 내놓은 사내하청 특별협의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발이다.

전 위원장은 13일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 전주·아산하청노조가 지난해 8월 합의한 특별협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현대차는 4000여명의 하도급 직원을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채가 아닌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당시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울산하청지회는 이후 합의 폐기만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하청지회가 소속돼 있는 금속노조도 그동안 합의 폐기에 동조하다 이번에 입장을 바꿨다. 정규직 특채가 실제로 진행되는 만큼 반대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내 최대 세력인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우군이었던 금속노조의 태도가 변하자 울산하청지회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울산하청지회 게시판은 금속노조를 비난하는 글로 들끓고 있다.

금속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은 정당하다’며 울산하청지회를 지지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이슈를 앞세워 세력을 키우려는 민주노총으로선 사내하청 노조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결정이겠지만, 이로 인해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울산하청지회의 돌출행동이 상급단체 위원장실 점거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울산하청지회는 2010~2011년 공장 점거와 2012년 죽창 시위 등으로 3년에 걸쳐 413명의 부상자를 내고, 3585억원의 생산 차질을 초래한 전력이 있다. 강성 투쟁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노동운동의 발전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