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전에 새나간 스팩 합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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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본지 26일자에 ‘KB6호스팩, 액션스퀘어 합병설로 급등’이라는 기사가 나가자 KB6호스팩 주가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지난 주말 2755원으로 마감한 이 회사 주가는 26일 2530원으로 8.2% 떨어졌다가 27일에는 2720원으로 거의 원상회복했다.
KB6호스팩 주가는 지난달 29일 상장 이후 게임업체인 액션스퀘어와의 합병설이 돌면서 지속적으로 올랐다. 상장 첫날 2030원(종가 기준·공모가 2000원)으로 출발한 뒤 현재까지 34%가량 상승했다. KB6호스팩은 다른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상장시키는 목적만을 갖고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다른 기업과의 합병이 예정돼 있지 않다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액션스퀘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팩과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런 입장이 알려지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주가는 반등했다.
스팩의 합병 전 정보유출 의혹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8월 건강기능식품업체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계획을 공시한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사전에 합병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50% 이상 올랐다. 지난달 정보기술(IT) 성능관리업체인 엑셈과의 합병계획을 발표한 교보위드스팩도 비슷한 사례다. 소문이 사전에 퍼지면서 교보위드스팩 주가는 합병계획 발표 직전 이미 40% 가까이 올라 있었다.
합병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공시 규정 위반이다. 스팩 주가가 오르면 합병되는 비(非)상장사 주주들은 그만큼 합병법인의 주식을 덜 받아 손해를 입게 된다. 만약 합병 정보를 미리 취득한 투자자가 사전에 스팩 주식을 사고 팔아 이득을 얻었다면 내부자거래로 처벌된다. KB6호스팩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 스팩을 설립한 증권사들은 정보 유출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 새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문제가 된 스팩들의 정보유출 의혹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제재가 없다 보니 맞든 틀리든 스팩들에 대한 합병설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무능 속에 ‘검은 세력’만 배를 불리는 건 아닐까.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KB6호스팩 주가는 지난달 29일 상장 이후 게임업체인 액션스퀘어와의 합병설이 돌면서 지속적으로 올랐다. 상장 첫날 2030원(종가 기준·공모가 2000원)으로 출발한 뒤 현재까지 34%가량 상승했다. KB6호스팩은 다른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상장시키는 목적만을 갖고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다른 기업과의 합병이 예정돼 있지 않다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액션스퀘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팩과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런 입장이 알려지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주가는 반등했다.
스팩의 합병 전 정보유출 의혹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8월 건강기능식품업체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계획을 공시한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사전에 합병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50% 이상 올랐다. 지난달 정보기술(IT) 성능관리업체인 엑셈과의 합병계획을 발표한 교보위드스팩도 비슷한 사례다. 소문이 사전에 퍼지면서 교보위드스팩 주가는 합병계획 발표 직전 이미 40% 가까이 올라 있었다.
합병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공시 규정 위반이다. 스팩 주가가 오르면 합병되는 비(非)상장사 주주들은 그만큼 합병법인의 주식을 덜 받아 손해를 입게 된다. 만약 합병 정보를 미리 취득한 투자자가 사전에 스팩 주식을 사고 팔아 이득을 얻었다면 내부자거래로 처벌된다. KB6호스팩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 스팩을 설립한 증권사들은 정보 유출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 새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문제가 된 스팩들의 정보유출 의혹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제재가 없다 보니 맞든 틀리든 스팩들에 대한 합병설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무능 속에 ‘검은 세력’만 배를 불리는 건 아닐까.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