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 상하이공장 내부 전경. 상하이=김덕용기자
발레오 상하이공장 내부 전경. 상하이=김덕용기자
자동차부품 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가 또다시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100% 지분을 가진 프랑스 발레오그룹이 발레오 경주 공장의 청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서다.

자크 아쉔보아 발레오그룹 회장(사진)은 27일 “어떠한 노사관계의 악화도 발레오 경주 공장의 현 위치와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쉔보아 회장이 이처럼 발레오 경주 공장과 관련해 공식 견해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 산별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이 금속노조를 대신해 ‘향후 대법원 판결에서 금속노조가 합법적인 단체교섭 대상자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경우 발레오 경주공장을 지속 경영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공개 질의를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이 회사는 금속노조가 “새 노조(발레오 노조)의 설립은 금속노조 규약을 어겨 무효”라며 2010년 12월 낸 소송에서 발레오 노조 측이 1·2심 모두 패소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발레오 지회는 금속노조 산하 조직이므로 조합원 탈퇴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는 금속노조 규정을 위배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발레오 노조는 금속노조를 상대로 상고해 곧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아쉔보아 회장은 답변서에서 “2010년 발레오 경주 공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분규로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았다”며 “당시 경영진과 직원들이 발레오 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청산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발레오 경주 공장이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최고 협력업체 상을 받는 등 대한민국의 선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로 성장한 것도 현 경영진의 탁월한 경영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아쉔보아 회장은 마지막으로 “발레오그룹의 정책은 혁신적이고 고품질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해주기를 바라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금속노조와 발레오 노조 간의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강기봉 경주 발레오 사장은 아쉔보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대법원 판결에서 금속노조에 유리한 결론이 날 경우 회사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발레오 노조의 정홍섭 위원장도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금속노조에 맞서 새 노조가 회사와 지난 5년간 이뤄낸 합의들이 모두 무효가 될 것”이라며 “이러면 회사는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장 내부에서는 이미 청산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상하이 발레오 공장의 노사 대표와 주주들이 경주 공장을 은밀히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 상하이 공장은 경주 공장과 동일한 종류의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들어 중국에 있는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는 데다 생산량도 배 이상 많아 경주공장 청산시 상하이 공장으로 생산 물량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발레오그룹이 경주 공장을 청산하면 지난해 5377억원 매출에 400억원 이상 흑자를 낸 공장이 사라져 이 회사 직원 800여명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1200여명 등이 일자리를 잃는다.

경주=하인식/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