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 가보니, 몸 낮춘 명품시계…가격 다이어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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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몽블랑·보메메르시에
中 반부패 정책 등 여파로
최대 50% 저렴한 제품 내놔
디자인 트렌드 클래식·복고
운석 등 소재 차별화 시도
中 반부패 정책 등 여파로
최대 50% 저렴한 제품 내놔
디자인 트렌드 클래식·복고
운석 등 소재 차별화 시도
“가격을 더 내렸습니다. 젊은 층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명품 시계 보메메르시에의 신상품 발표 행사. 블라고 페트로브 마케팅디렉터는 “매력적인 가격이 우리의 무기”라며 ‘노골적인’ 저가 공세를 선언했다. 보메메르시에는 올 신상품 가격대를 작년보다 5% 낮췄고, 고가 기계식 시계에서 볼 수 있는 문페이즈(낮·밤 표시) 기능을 갖춘 시계를 ‘반값’ 수준인 250만원에 한국 시장에 출시키로 했다.
◆몸값 낮춘 명품 시계 늘었다
‘시계의 도시’ 제네바에서 지난 19~23일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는 IWC,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까르띠에, 바쉐론콘스탄틴 등 16개 명품 시계 브랜드가 올 신상품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보메메르시에처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곳이 늘었다는 것이다.
몽블랑은 두께 5.8㎜짜리 기계식 시계인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울트라 슬림’을 300만원대에, 두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보여주는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듀얼 타임’을 500만원대에 내놓기로 했다. 비슷한 사양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30~40% 저렴하다.
초고가 브랜드인 피아제는 순금 시곗줄을 단 ‘알티플라노 골드 브레이슬릿’을 3000만원대에 국내에 출시한다. 보통 금이 들어가면 값이 확 뛰게 마련이지만, 이 제품은 기존 같은 디자인의 가죽줄 모델과 차이가 없다.
가격을 내린 신상품이 대거 등장한 것은 명품 시계 업체들의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대 수요처인 중화권 매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정책 이후 급감해 중국과 홍콩의 스위스 시계 수입액이 2년 새 10% 줄었다. 삼성과 애플이 이끄는 스마트워치는 고급 시계 수요를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다.
◆차분하고 깔끔해진 디자인
디자인에서는 ‘클래식’과 ‘복고’가 대세였다. IWC는 간판 컬렉션 ‘포르투기저’ 탄생 75주년을 기념한 후속 모델을 내놨는데, 케이스 연결 부위와 옆면을 둥글게 처리해 외관을 보다 날렵하게 바꿨다. 바쉐론콘스탄틴은 1928년 제품을 재해석한 ‘하모니’ 컬렉션을, 반클리프아펠은 1930년대 모델을 복원한 ‘카데나’ 컬렉션을 새로 공개했다. 까르띠에는 간결함을 극대화한 ‘클레’ 컬렉션을 출시했다.
길랑 마스페티올 예거르쿨트르 아시아태평양 매니징디렉터는 “정갈한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가 각광받는 것은 시장 전반의 큰 흐름이며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시도는 소재에서 두드러졌다. 파네라이는 탄소섬유를 가공한 신소재인 카보테크를, 예거르쿨트르는 하늘에서 떨어진 실제 운석을 시계 재료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1~2년 전만 해도 업체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최신 기술로 무장한 복잡한 시계를 쏟아냈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최초’ ‘업계 최강’ 같은 수식어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엔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와우 워치(wow watch)’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한 데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잘 팔릴 제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제네바=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명품 시계 보메메르시에의 신상품 발표 행사. 블라고 페트로브 마케팅디렉터는 “매력적인 가격이 우리의 무기”라며 ‘노골적인’ 저가 공세를 선언했다. 보메메르시에는 올 신상품 가격대를 작년보다 5% 낮췄고, 고가 기계식 시계에서 볼 수 있는 문페이즈(낮·밤 표시) 기능을 갖춘 시계를 ‘반값’ 수준인 250만원에 한국 시장에 출시키로 했다.
◆몸값 낮춘 명품 시계 늘었다
‘시계의 도시’ 제네바에서 지난 19~23일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는 IWC,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까르띠에, 바쉐론콘스탄틴 등 16개 명품 시계 브랜드가 올 신상품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보메메르시에처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곳이 늘었다는 것이다.
몽블랑은 두께 5.8㎜짜리 기계식 시계인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울트라 슬림’을 300만원대에, 두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보여주는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듀얼 타임’을 500만원대에 내놓기로 했다. 비슷한 사양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30~40% 저렴하다.
초고가 브랜드인 피아제는 순금 시곗줄을 단 ‘알티플라노 골드 브레이슬릿’을 3000만원대에 국내에 출시한다. 보통 금이 들어가면 값이 확 뛰게 마련이지만, 이 제품은 기존 같은 디자인의 가죽줄 모델과 차이가 없다.
가격을 내린 신상품이 대거 등장한 것은 명품 시계 업체들의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대 수요처인 중화권 매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정책 이후 급감해 중국과 홍콩의 스위스 시계 수입액이 2년 새 10% 줄었다. 삼성과 애플이 이끄는 스마트워치는 고급 시계 수요를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다.
◆차분하고 깔끔해진 디자인
디자인에서는 ‘클래식’과 ‘복고’가 대세였다. IWC는 간판 컬렉션 ‘포르투기저’ 탄생 75주년을 기념한 후속 모델을 내놨는데, 케이스 연결 부위와 옆면을 둥글게 처리해 외관을 보다 날렵하게 바꿨다. 바쉐론콘스탄틴은 1928년 제품을 재해석한 ‘하모니’ 컬렉션을, 반클리프아펠은 1930년대 모델을 복원한 ‘카데나’ 컬렉션을 새로 공개했다. 까르띠에는 간결함을 극대화한 ‘클레’ 컬렉션을 출시했다.
길랑 마스페티올 예거르쿨트르 아시아태평양 매니징디렉터는 “정갈한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가 각광받는 것은 시장 전반의 큰 흐름이며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시도는 소재에서 두드러졌다. 파네라이는 탄소섬유를 가공한 신소재인 카보테크를, 예거르쿨트르는 하늘에서 떨어진 실제 운석을 시계 재료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1~2년 전만 해도 업체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최신 기술로 무장한 복잡한 시계를 쏟아냈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최초’ ‘업계 최강’ 같은 수식어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엔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와우 워치(wow watch)’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한 데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잘 팔릴 제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제네바=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