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부터 장성·대기업 회장까지 교류…비즈니스 '기회의 場'
기업인이 대학 최고위과정에 다니려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인맥’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에서 제일 오래된 최고위과정인 최고경영자과정(AMP)은 동문 숫자가 5000명에 육박한다. AMP를 마치면 사회 각계각층 리더인 이들 동문과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게 되는 것이다.

화가부터 장성·대기업 회장까지 교류…비즈니스 '기회의 場'
대학들이 내세우는 최고위과정 동문 중에는 대기업 회장도 다수 포함돼 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고려대 AMP를 수료했다. 연세대 AMP에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KAIST AMP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주요 동문으로 등록돼 있다.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은 서강대 AMP 출신이다.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서울대), 반채운 AJ렌터카 대표(한국외국어대) 등 중견기업 리더들도 AMP 동문으로 꾸준히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인들은 최고위과정에서 알게 된 인사들을 통해 경영 노하우를 서로 배우고, 직접 사업을 연계하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김종섭 회장은 자신의 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때 AMP에서 만난 지인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관계자들도 꾸준히 AMP를 찾고 있다. 명동성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와 이규용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숙명여대 최고경영자과정), 정도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한국외국어대 글로벌CEO과정) 등이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임원급인 파트너가 되면 각종 계약을 따내야 해 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며 “최고위과정은 이런 다양한 인맥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영업의 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사철(文史哲, 문학·역사·철학)’ 열풍에 힘입어 ‘인문·문화’ 최고위과정에서도 유명 인사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 동문이다.

홍익대 현대미술최고지도자과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술에 관심 있는 지도자들이 거쳤다. 주요 동문으로는 SK그룹 지주사인 (주)SK의 조대식 사장을 비롯해 오한진 비에비스나무병원 센터장, 강형구 서양화가 등이 있다.

네트워크가 중요시되는 최고위과정 특성상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학별 지원자 숫자가 증감하는 경향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려대 AMP는 등록인원이 70명에 육박한 때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서강대 AMP 지원자가 늘어났다. 2010년 이후 등록인원이 평균 30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40명 모집에 44명이 지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