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의 혁신 승부수…두께 7㎜ '아트슬림' 패널 돌풍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이 올해 TV 반(半)제품 사업을 강화한다. 최근 출시한 ‘아트슬림’ 제품이 대표적으로, 벌써부터 중국 TV 회사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사장은 이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TV용 액정표시장치(LCD)는 크게 유리기판을 가공해 액정을 주입한 ‘셀’과 여기에 백라이트 등 각종 부품까지 붙인 ‘모듈’로 나뉜다. 당연히 디스플레이 업체로선 조립 공정을 거친 셀보다 30% 정도 비싼 모듈을 파는 게 좋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제공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조립 공정을 거치지 않은 패널만 구입하려는 글로벌 TV 회사들이 늘면서 매출이 뚝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비용을 절감하려는 TV 업체들은 셀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고, 10% 이하이던 셀 판매 비중은 지난해 30%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은 1조원 넘게 떨어졌다.

한 사장이 매출 확대 방안을 고민한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가 반제품이다. 모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 뒤커버까지 붙여서 반제품을 만들어 팔자는 것이다. TV업체는 이를 구입해 앞면 프레임만 디자인해 붙이면 된다.

한편에선 “비용절감에 목매는 TV업체들이 반제품을 사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한 사장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 될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그렇게 나온 게 ‘아트슬림’이다.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55인치 기준 20㎜가 넘던 LCD TV 두께를 7㎜대로 줄였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반제품 가격은 셀보다 50% 이상 비싸지만 LG전자는 물론 중국 업체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43인치 이상 대형 사이즈 LCD 중 35%를 반제품으로 채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