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철학 포기, '안드로이드 배끼기' 비난 속 성공
팀 쿡 "애플 제품 전세계 수요가 사상 최고 수준" 자평
이번엔 애플 워치 4월 출격…'성공' 바통 주목
4.7인치(아이폰6) 및 5.5인치(아이폰6+) 대화면을 첫 적용해 지난해 9월 출시한 6세대 아이폰이 분기 사상 최대 판매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27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회계연도)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이 1년 새 30% 증가한 74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동안 판매된 아이폰은 7450만대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1년새 약 46% 증가했다. 역대 아이폰 분기 판매실적 최고치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6490만 대를 약 1000만 대 이상 크게 상회한 것이다. 이미 증권업계 및 정보기술(IT) 분석가들이 아이폰6와 아이폰 6플러스(+) 흥행에 힙입어 아이폰 전체 판매량이 6700만대까지 넘어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오긴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애플이 공식 발표한 아이폰 판매량은 그간 업계 판매 추정치 가운데 가장 높았던 7300만 대 예측치까지 150만 대 이상 상회한 신기록이었다. 시장은 애플의 매출 증가 뿐만 아니라 아이폰 판매 기록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보고 있다.
◆ 아이폰6 국내·외 돌풍…"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아이폰 최대 판매 기록에 대한 기대는 아이폰6와 6+ 출시 뒤 해외와 국내에 몰아친 아이폰 열풍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19일 공식 출시 이후 첫 주말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인 1000만 대를 단숨에 돌파하면서다.
1차 출시 10개 나라에서만 사전 예약을 받은지 24시간 동안 400만 대가 넘는 주문량이 몰리면서 애플의 첫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2013년 발표된 전작 아이폰5S와 아이폰5C의 첫 주말 판매량인 900만 대 뿐만 아니라 2012년에 내놓은 아이폰5 사전 예약 200만 대를 모두 넘어선 고무적 기록이었다.
아이폰6와 6+ 초반 열풍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1차 출시국에 중국이 이번에는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됐던 아이폰5와 아이폰5S, 5C의 초반 열기를 아이폰6와 6+가 단숨에 뛰어넘은 것이다.
■ 지난해 9월 아이폰6 및 아이폰6플러스 공식 발표 영상
아이폰6·6+ 열풍은 해외에 이어 지난해 10월 국내로 번졌다. 기존 SK텔레콤과 KT만 아이폰을 출시했지만 아이폰이 음성LTE(VoLTE)까지 지원하면서 LG 유플러스도 공급을 개시했다. 예약 가입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24일 이동통신 3사의 홈페이지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관심은 뜨거웠다.
KT는 예약 가입을 받은 지 1분 만에 1만 대 예약을 넘더니 30분 만에 1차 분량인 5만 대 접수가 끝났다. SK텔레콤에도 역시 예약 가입 1~2분 만에 1만 명의 예약 가입자가 몰렸다. 처음 아이폰 공급에 뛰어든 LG유플러스 역시 파격적 할인 공세로 가입자를 유혹했다.
당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출고가 과다 논란에 휩싸였던 삼성전자는 아이폰 돌풍을 잠재울 묘수로 올초 출시 예정이던 혁신형 신제품, 갤럭시 노트 엣지를 조기 공급키로 다급히 확정했다. 갤럭시S와 함께 인기 스마트폰 양대 축인 갤럭시 노트4 출시 한달 만에 전략 신제품을 서둘러 시장에 투입한 것이다. 단통법으로 얼어붙은 국내 시장에 애플이 던진 충격파였다.
◆ "보고 있나요 스티브 잡스? 우리가 또 해냈어요."
지난해 쿡 CEO가 최단 시간 1000만 대 판매 돌파를 발표하며 "아이폰6와 6+ 판매량이 기대를 넘어서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고 감격할 정도였다. 애플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비난을 불식하는 쿡 CEO의 자랑이기도 했다.
6세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애플은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고집한 화면 크기 '마지노선'인 4인치를 포기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화면이 3~4인치로 작아야 한손에 쥔 채 엄지로 글자 입력 및 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잡스 식 사용자 경험(UX)을 폐기한 결정이었다. 2012년 아이폰5로 처음 화면 크기를 키울 때도 4인치까지 단 0.5인치만 늘렸던 애플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안드로이드 진영'이 적게는 4인치대 후반에서 6인치까지 대화면 스마트폰 공급을 늘리자 애플도 '잡스 철학'만 고수할 수는 없게 됐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6' 화면크기를 4.8인치로 키운다는 업계 추측이 나돌 때부터 "애플이 안드로이드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사용자는 잡스 철학을 포기한 애플을 등 질것이다", "대화면은 아이폰과 맞지 않는다" 등과 같은 우려 섞인 비난이 나돌기도 했다.
아이폰6 및 6+ 출시 이후 5개월만에 다시 실적 발표에 나선 쿡 CEO는 "애플 제품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대화면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마치 하늘에 잠들어 있는 창업자 잡스에게 "우리가 또 해냈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이번엔 애플 워치 4월 출격…'성공' 바통 주목 아이폰6 판매 호조로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애플은 오는 4월 웨어러블(입는) 신제품 아이워치를 공식 출시한다.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제품으로 아이폰6 대화면 열풍의 바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는 다시 주목하고 있다.
애플 첫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는 차세대 OS인 '아이오에스(iOS) 8' 버전부터 서비스한 애플 자체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Health)' 애플리케이션과 전용 앱 개발도구인 '헬스 키트(Health Kit)'와 연동된다. 걸음수나 칼로리 소모량, 운동 거리 등을 체크, 운동성을 분석하고 올바른 방법을 조언하는 서비스 등이 핵심이다. 시계 용두를 마우스처럼 쓰는 '디지털 크라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음성인식 명령체계인 시리로 아이폰과 연동해 전화 통화 및 메시지 확인도 할 수 있다. 다만 아이폰5 이후 출시된 제품만 '애플 워치'와 연동된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기본형인 애플 워치, 산화피막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한 애플 워치 스포츠, 18캐럿(K) 금을 사용한 애플 워치 최고급 '이디션 컬렉션' 등 총 3종류다. 기본 모델 가격은 349달러(약 36만원)부터다.
18캐럿(K) 금으로 만들어진'이디션 컬렉션'의 가격은 1200달러(약 125만원) 내외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디션 컬렉션 등 고가 제품 가격이 그 3배가 넘는 셈이다. 다만 금 시세 등 변수가 많고, 가죽, 사파이어 글라스 등의 가격도 달라질 수 있어 가격 책정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