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커피 사업을 하게 된 데는 특정한 시간, 특정한 곳에서 즐겼던 커피 한 잔의 힘이 컸다. 2005년 캐나다 밴쿠버의 한 해변 조그마한 커피점에서 느꼈던 여유, 커피머신의 기계 소리, 우유 거품을 내는 동안 들리는 ‘삐삐’ 소리, 주문하려고 기다리는 동안 수다를 떠는 손님들의 소리가 주던 편안함을 기억한다. 다른 사업으로 분주했던 내 삶의 작은 보상으로 충분했다. 커피 한 잔이 가치와 정서의 소비라는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뉴욕의 에세이스트 애덤 고프닉은 ‘식탁의 기쁨’이라는 저서에서 레스토랑의 역사가 ‘지글주의(sizzlist)’로부터 발달됐다고 했다. 레스토랑의 상업적 발달 과정에는 맛도 중요하지만 스테이크의 지글거리는 소리가 스테이크 자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커피 시장을 보면 많은 브랜드, 다양한 메뉴와 가격대 상품들이 형성돼 있고 각자 브랜드 색깔과 제품 경쟁력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비단 커피 사업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산업군을 막론하고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자신만의 컬러를 갖추지 못한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카페베네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기억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커피 산업은 국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장소의 영역을 넘어 전 세계인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카페베네만 하더라도 전 세계 10여개국에 우리의 기술력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물리적인 교역 과정이야 제조업과 비슷하지만, 그 속에는 현지의 정서에 대한 이해라는 ‘필수 과정’이 들어간다. 균일화와 현지화라는 기호의 양면성을 잡지 못하면 세계 어떤 소비자에게도 선호도의 우선에 서지 못한다.

‘베니스 상인’의 아들이었던 마르코 폴로는 1270년께 몽골이 장악한 유라시아 네트워크를 따라 중국으로 가 원나라에서 무려 17년간 머물렀다. 마르코 폴로에게 몽골제국은 단순히 하나의 제국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 그 자체였고, 그가 경험한 다양한 문물은 ‘동방견문록’을 통해 유럽 및 서양 세계의 역사와 문화에 큰 역할을 했다. 1200년대보다 훨씬 더 치열한 현대 사회, 개인이나 기업 모두 단순히 외국 문물을 받아들여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만의 색깔에 상대방의 장점을 더하고 문화를 만들어갈 때 힘은 가장 커진다.

김선권 < 카페베네 대표 skkim@caffebe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