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 "공공기관이 일 못하면 세금도둑…1년 만에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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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한 조직'을 '혁신 1번지' 만들어
"CEO는 선장, 순항 책임져야"
퇴출까지 가능한 평가체계 구축…공공기관 최초 재택근무도 도입
"CEO는 선장, 순항 책임져야"
퇴출까지 가능한 평가체계 구축…공공기관 최초 재택근무도 도입
“한국고용정보원은 포기한 조직이니까, 애쓰지 말고 한 3년 쉬었다 가세요. 이건 조직도 아닙니다.” 2013년 12월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이 취임했을 때 정부와 학계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3월 개원한 고용정보원은 개원 10년이 돼가지만 대국민 고용서비스 강화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인사 문제를 놓고 수년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랬던 고용정보원에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혁신 1번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물론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에서조차 ‘버린 자식’ 취급을 받던 기관이 단 1년 만에 탈바꿈한 것이다.
취임 1년을 맞은 유 원장을 28일 서울 문래동 고용정보원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갑갑했지요. 취임 초기 연구성과 보고를 받는데 보고서가 엉망이라 질책했더니 자기는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박사급 연구원도 있었어요. 충격이었지요. 하지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직원 모두가 합심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원장에 내정되고 살펴보기 시작한 고용정보원의 사정은 유 원장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1982년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공기업 경영평가시스템의 기초를 다지고, 노동연구원에서 17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8년을 지내며 숱한 경영 컨설팅을 해온 유 원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취임식부터 ‘야전형’으로 바꿨다. 취임사는 신임 원장의 업무계획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신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출범시킨 경영혁신 태스크포스와 수시 노사협의회 등 20여차례의 토론을 거쳐 고용정보원 노사가 내놓은 혁신 내용은 어느 민간기업 못지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가와 보상체계 구축이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즉각적인 전 직원 연봉제를 도입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은 최대 3배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저성과자 퇴출 방안도 마련했다. “6개월 단위로 실적 평가를 하고 2회 연속 저성과자로 분류되면 전보인사, 서면경고를 합니다. 3회 연속 실적이 나쁘면 직권면직 처리됩니다. 작년에 박사 연구원 세 명이 원을 떠났습니다.”
유연근무제도도 획기적이다. 공공기관 최초로 재택근무를 도입했고,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이내에서 월금형(월요일 오후 출근, 화·수·목 연장근무,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학업형 또는 일·가정 양립형(주중 하루는 오후 2시 퇴근)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노사 합의로 이뤄냈다는 겁니다. 취임 후 ‘공공기관 직원이 일을 못하면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이젠 직원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손가락질받던 기관이 지금은 혁신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고달픈 혁신이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고용정보원의 대표 상품인 워크넷의 하루 방문자 수는 1년 만에 46만명에서 71만명으로 늘었고, 연구보고서 온라인 다운로드 횟수도 44만건에서 55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창조 경영대상’ 등 경영 혁신 상도 네 차례 수상했다.
고용정보원은 29일 ‘고용정보원의 혁신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유 원장은 혁신 사례 소개와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CEO는 선장입니다. 배에 태워야 할 사람을 잘 고르고, 내리게 할 사람을 내리게 해서 순항하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취임 1년을 맞은 유 원장을 28일 서울 문래동 고용정보원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갑갑했지요. 취임 초기 연구성과 보고를 받는데 보고서가 엉망이라 질책했더니 자기는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박사급 연구원도 있었어요. 충격이었지요. 하지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직원 모두가 합심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원장에 내정되고 살펴보기 시작한 고용정보원의 사정은 유 원장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1982년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공기업 경영평가시스템의 기초를 다지고, 노동연구원에서 17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8년을 지내며 숱한 경영 컨설팅을 해온 유 원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취임식부터 ‘야전형’으로 바꿨다. 취임사는 신임 원장의 업무계획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신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출범시킨 경영혁신 태스크포스와 수시 노사협의회 등 20여차례의 토론을 거쳐 고용정보원 노사가 내놓은 혁신 내용은 어느 민간기업 못지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가와 보상체계 구축이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즉각적인 전 직원 연봉제를 도입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은 최대 3배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저성과자 퇴출 방안도 마련했다. “6개월 단위로 실적 평가를 하고 2회 연속 저성과자로 분류되면 전보인사, 서면경고를 합니다. 3회 연속 실적이 나쁘면 직권면직 처리됩니다. 작년에 박사 연구원 세 명이 원을 떠났습니다.”
유연근무제도도 획기적이다. 공공기관 최초로 재택근무를 도입했고,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이내에서 월금형(월요일 오후 출근, 화·수·목 연장근무,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학업형 또는 일·가정 양립형(주중 하루는 오후 2시 퇴근)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노사 합의로 이뤄냈다는 겁니다. 취임 후 ‘공공기관 직원이 일을 못하면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이젠 직원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손가락질받던 기관이 지금은 혁신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고달픈 혁신이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고용정보원의 대표 상품인 워크넷의 하루 방문자 수는 1년 만에 46만명에서 71만명으로 늘었고, 연구보고서 온라인 다운로드 횟수도 44만건에서 55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창조 경영대상’ 등 경영 혁신 상도 네 차례 수상했다.
고용정보원은 29일 ‘고용정보원의 혁신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유 원장은 혁신 사례 소개와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CEO는 선장입니다. 배에 태워야 할 사람을 잘 고르고, 내리게 할 사람을 내리게 해서 순항하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