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미지
/한국경제 이미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대형마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파리바게뜨 출점 규제와 매장 포화로 한계에 부딪친 SPC그룹이 새로운 활로로 마트를 주목한 것이다. 최근 롯데마트,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와 밀가루, 육가공, 달걀 등 식자재 판매를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마트에 SPC표 밀가루·햄 등장하나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현재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의 달걀과 우유 제품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스 찰떡 등 'SPC판' 디저트용 가공식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에 SPC가 마트를 통해 판매한 제품은 '삼립빵' 등 브랜드 빵이 전부였지만 최근 식자재로 마트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SPC의 우동 생면과 아이스크림 제품도 이미 마트 진열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며 "최근 우유 달걀 등의 마트 입점을 제안해 와 내용을 검토하는 중 "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마트인 이마트 측과는 밀가루 제품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SPC는 2008년 제분업체인 밀다원을 인수한 후 자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삼립식품, 던킨도너츠 등의 제품을 만드는 데 밀가루를 사용해왔다. 밀다원 인수 당시 연간 4만t 수준이었던 제분 생산능력을 20만t까지 확대하며 밀가루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SPC로부터 밀가루 입점 이야기가 들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PC는 삼립식품을 통해 주력 제품인 양산빵 이외에도 다양한 식품을 생산 및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B2B 위주로 공급했던 밀다원의 밀가루, 2013년 인수한 육가공 업체 그릭슈바인(옛 알프스식품)의 햄 제품에 대한 대형마트 입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밀가루 등의 본격적인 소매 판매를 위해선 물량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능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립식품에 힘 싣는 SPC…그룹 주력사로 도약

SPC가 마트에 삼립식품 제품을 입점하려는 것은 프랜차이즈 출점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이었던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사업이 출점 규제와 시장 포화 등으로 막다른 길에 몰렸다. 이로 인해 삼립식품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립식품은 양산빵 시장에서 76%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밀다원과 그릭슈바인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 등 주요 계열사에 식자재를 납품하면서 실적도 호조세다.

최근엔 식자재 유통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립식품은 지난 해 7월 프랜차이즈 채널 노하우를 살려 식자재 유통법인인 '삼립GFS'를 설립했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40조원에 이르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대상베스트코, CJ프레시웨이 등에 불과하다. 식자재 유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그룹 차원에서 이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해외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삼립식품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