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마(海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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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고?” “출산 후 곧바로 짝짓기까지?” 머리는 말을 닮고, 몸은 새우, 등은 곱사등, 꼬리는 원숭이를 닮은 바다생물 해마(海馬) 얘기다. 겉모습 때문에 영어권에서도 ‘Sea Horse’로 불린다. 학명 히포캄푸스(hippocampus)는 그리스 신화 속 동물로 포세이돈의 마차를 끈다고 했지만 실제 몸 길이는 6~10cm에 불과하다.
해마는 암수가 꼬리를 감고 교미하는데, 특이하게도 암컷이 수컷 뱃속에 알을 밀어넣어 수정한다. 부화시키고 출산하는 것은 수컷 몫이다. 수컷 배에서 새끼들이 톡톡 튀어나오는 모습과 출산 후 바로 짝짓기에 들어가는 특성 때문에 순산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예부터 난산 특효약으로 자주 썼다.
중국에서는 혈액순환과 성호르몬 조절, 천식·심장병·골절 치료용으로 인기다. 한약재로 쓰는 해마는 연간 2억5000만마리, 약재시장 규모는 7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생산량은 1억5000만마리에 불과해 1억마리를 수입한다. 보양식으로도 인기를 끌어 식재료 1㎏에 최고 200만원이나 간다. 1등급 한우보다 30배나 비싸다. 경제성장과 함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수산강국들이 앞다퉈 대량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식이 쉬운 건 아니다. 먹이부터 까다롭다. 가늘고 긴 주둥이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 등을 먹고 사료나 죽은 먹이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물 맑은 연안에서만 산다. 어류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해서 한번 짝짓기한 배우자 말고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오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연산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포획이 금지돼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식에 성공한 ‘해마 강국’이다. 올해부터는 대량 생산체제를 갖춰 2018년부터 연간 600만마리를 약·식용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한다. 600만마리의 매출이 600억원이라니 금값이다.
해마는 우리 뇌 속의 기억력을 관장하는 기관 명칭이기도 하다. 생김새가 닮아 그렇게 부른다. 이게 없으면 기억상실증 환자가 된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해마를 자극해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줬다. 최근엔 우리 연구진이 해마 보호 유전자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다에서든 머리 속에서든 해마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손가락 크기 한 마리의 수출가격이 1만원이다. 치매 치료약이 개발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해마는 암수가 꼬리를 감고 교미하는데, 특이하게도 암컷이 수컷 뱃속에 알을 밀어넣어 수정한다. 부화시키고 출산하는 것은 수컷 몫이다. 수컷 배에서 새끼들이 톡톡 튀어나오는 모습과 출산 후 바로 짝짓기에 들어가는 특성 때문에 순산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예부터 난산 특효약으로 자주 썼다.
중국에서는 혈액순환과 성호르몬 조절, 천식·심장병·골절 치료용으로 인기다. 한약재로 쓰는 해마는 연간 2억5000만마리, 약재시장 규모는 7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생산량은 1억5000만마리에 불과해 1억마리를 수입한다. 보양식으로도 인기를 끌어 식재료 1㎏에 최고 200만원이나 간다. 1등급 한우보다 30배나 비싸다. 경제성장과 함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수산강국들이 앞다퉈 대량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식이 쉬운 건 아니다. 먹이부터 까다롭다. 가늘고 긴 주둥이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 등을 먹고 사료나 죽은 먹이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물 맑은 연안에서만 산다. 어류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해서 한번 짝짓기한 배우자 말고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오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연산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포획이 금지돼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식에 성공한 ‘해마 강국’이다. 올해부터는 대량 생산체제를 갖춰 2018년부터 연간 600만마리를 약·식용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한다. 600만마리의 매출이 600억원이라니 금값이다.
해마는 우리 뇌 속의 기억력을 관장하는 기관 명칭이기도 하다. 생김새가 닮아 그렇게 부른다. 이게 없으면 기억상실증 환자가 된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해마를 자극해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줬다. 최근엔 우리 연구진이 해마 보호 유전자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다에서든 머리 속에서든 해마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손가락 크기 한 마리의 수출가격이 1만원이다. 치매 치료약이 개발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