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숯불이 발갛게 달궈지는 동안 군침이 먼저 돈다. 석쇠 위에 오른 주꾸미 속살이 둥글게 휘어지며 은은한 향미를 풍긴다. 너무 구우면 질겨지므로 살짝 데쳐낸듯 먹는 게 좋다. 소금을 친 참기름에 찍어 한 입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여기에 꿈틀거리는 곰장어구이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주꾸미는 값이 싸면서도 타우린과 필수 아미노산 등이 많은 보양식이다. 항산화작용으로 피로를 풀어주고 머리를 좋게 한다.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흔히 먹장어로 불리는 곰장어 역시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A가 많다. 둘 다 양념을 하거나 그냥 구워먹는다. 주꾸미와 곰장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은 서울 마포에 있는 어부의딸 등 여러 군데이지만, 곰장어는 종로 공평동꼼장어, 주꾸미는 신림동 신쭈꾸미와 대학로 홍쭈꾸, 인천 송도 송쭈집 등이 유명하다.

겨울 별미로 과메기와 꼬막, 생굴, 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과메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충무로4가 영덕회식당과 낙원동 영일식당을 꼽는 사람이 많다. 꼬막은 노량진 순천가집과 오금동 마시리벌교참꼬막, 봉천동 남도포장마차가 이름났고 굴은 종로3가 삼해집과 중구 다동 충무집이 인기다. 곰치국 맛은 서대문역 부근의 영덕물회가 좋다.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매운탕도 좋지만 술꾼들은 주로 맑은 탕을 찾는다.

숭어도 제철이다. 정월에 먹는 숭어회는 도미회가 울고 갈 만큼 맛있고 달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는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겨울 숭어는 서해안 것을 으뜸으로 친다. 숭어 껍질에는 엘라스틴과 콜라겐이 많아 피부에도 좋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강화도에서 한창 맛이 오른 숭어회를 즐길 수 있다.

주말 나들이에 나선다면 동해안 별미 삼총사인 도치·장치·곰치를 즐기거나 거제 외포리의 대구탕, 전남 담양의 댓잎물국수, 충남 금산의 인삼어죽, 강원 평창의 송어회를 맛보는 게 좋다.

뜨거운 칼국수나 수제비로 언 몸을 녹이는 것도 제맛이다. 50년 역사의 명동교자를 비롯해 멸치육수가 맛있는 낙원상가 뒤편 찬양집, 성북동 국시집, 대통령 칼국수로 유명한 양재동 소호정,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삼청동수제비를 추천할 만하다. 마침 대형마트가 민물장어에 이어 바닷장어를 30%나 싸게 판다니 집에서 장어잔치를 벌여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유, 또 군침이 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