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자회사 임직원들이 통신장비사업을 발주하면서 수백만원대 외제 자전거부터 고급 차량용 오디오까지 백화점식 로비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통신장비를 둘러싼 정보기술(IT) 업체 K사와 한전 및 자회사 임직원들의 뒷거래를 적발해 K사 김모 대표, 강승철 전 한전 상임감사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발표했다. 한전KDN 신모 팀장 등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전과 자회사인 한전KDN·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 10명에게 3억569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K사는 한전KDN을 통해 한전에 상황실용 고해상도 모니터와 통신네트워크 스위치 등 각종 전기통신장비를 납품하는 회사다. 검찰은 사내 최고위층부터 사업발주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급 직원까지 로비 대상에 올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인 강 전 감사는 제네시스 렌터카, 한전 김모 전 전력IT추진처장은 독일산 뉴비틀 승용차를 받았다. 한수원 김모 본부장은 아들 골프레슨비를 K사에 대납시켰다. 한전KDN 고모 팀장은 현금 2000만원과 함께 360만원짜리 독일제 자전거를 챙겼다. 로비에는 시가 990만원 상당의 고급 차량용 오디오와 중고 모닝 승용차도 동원됐다.

김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두 차례 파견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강모 경정에게도 3800만원의 뇌물을 줬다. 부인이 K사 직원인 것처럼 급여를 주는 수법이었다. 강 경정은 그 대가로 K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거나 경쟁업체의 비위를 청와대에 접수해줬다.

김 대표는 친인척을 비롯한 60명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 38억8000여만원을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썼다. K사는 2006년 설립된 신생업체지만 이런 전방위 로비 덕분에 최근 6년 동안 63건, 412억원어치의 한전 납품사업을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