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당초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24억원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하라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왔다. 공정위 주장과 달리 일부 제품 구매를 강제했을 뿐 전체 품목 구입을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과징금이라는 것이 여론에 편승해 한 회사를 위기로 몰아간 정부의 갑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젊은 영업사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본사가 대리점들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사장 등 임원진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500억원의 상생기금 출연을 약속했지만 비난여론은 식지 않았다. 공정위는 회사 측에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야당의원들은 소위 ‘남양유업 방지법’까지 발의했다.

이번 판결은 여론에 휘둘린 정부의 무분별한 칼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법과 규정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과징금 119억원은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남양이 잃은 것은 누가 보상해주나.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사건 직전 8200억원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5200억원대다. 3000억원이 공중에 날아갔다. 국가는 조변석개하는 여론을 조용히 누그러뜨리고 이성적 합리적 판단을 할 것을 전제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여론에 편승해 칼춤을 춘다면 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짚어봐야 할 것은 공정위의 패소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경 취재에 따르면 공정위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비율(금액기준)이 2011년 2.6%에서 2012년 7.9%, 2013년엔 33.1%나 됐다. 2014년엔 10월 조사 당시 3573억원의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것이 39.5%인 1413억원(공정위 주장은 3466억원 가운데 25%인 86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갑을 관계나 대·중소기업을 나누는 이분법에 휘둘려선 곤란하다. 공정위야말로 공정하고 냉정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 언제까지 때리고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