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내각과 청와대 간 정책 협의와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조정협의회를 열었다. 이런 모임을 상설화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편안 백지화 과정에서 노출된 정책 엇박자와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에 따른 응급 처방이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물론 정책 변경과 발표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과 조정을 거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조정협의회를 만든다고 당장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책에 대한 신뢰의 부재를 만든 1차적 책임은 청와대는 물론 그 정책을 만든 각 부처 장관 등 고위직들에 있다. 이들의 행동은 무소신과 무책임, 무능력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혹은 대중과의 최전선에서 설명하고 설득하며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고 맞서나가야 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정책혼선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조차 없다. 18개월이나 준비해왔다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백지화에 책임을 지려는 그 어떤 고위 관계자를 찾아볼 수 없다. 개편안을 백지화한 바로 다음날 깎아주는 개혁을 곧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일만 해도 그렇다. 선심을 베푸는 정책은 내 것이고 건보료를 올리는 인기 없는 개혁은 후임자가 하라는 식의 비겁한 자세일 뿐이다.

연말정산 혼란에서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최경환 부총리조차 “왜 내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소리만 내놓았을 뿐이었다. 청와대 비서실도 마찬가지다. 여론의 향배를 다잡아보려고 발이 닳았다는 수석과 비서관들을 우리는 듣지 못했다. 그저 권력의 곁불이나 쬐려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면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친박 의원들도 꿀 먹은 벙어리다. 국민 대중이라는 수사에만 휘말려 정치적 신념과 역할을 내팽개치고 있을 뿐이다.

장차관과 집권당 핵심 권력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국정을 이끌어가나. 정책조정협의회를 백번 개최해봤자 머릿속에 면책의 궁리만 하고 있다면 모두가 도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