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571m짜리 115층 빌딩 건립을 포함한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조감도) 개발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가 계획을 허가하면 123층, 555m 높이인 제2롯데월드보다 층수는 적지만 높이는 16m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지난달 30일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활용한 GBC 개발 구상과 사전협상 제안서를 받았다고 1일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개발 계획안에는 용적률 799%를 적용한 지상 115층, 높이 571m의 업무 시설과 7층 높이의 전시·컨벤션 시설, 62층 높이의 호텔, 쇼핑몰 등이 포함돼 있다.

초고층 업무시설에는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이 들어선다. 본사 빌딩은 당초 알려진 105층보다 10개 층 높은 것으로, 서울 잠실에 롯데건설이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 타워동보다 높은 국내 최고(最高) 빌딩이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최고층 빌딩을 기획한 것은 GBC를 글로벌 컨트롤타워인 동시에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려는 의도다.

GBC 구상의 향후 관건은 서울시와의 협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코엑스~한전부지~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한전 부지에 전시컨벤션 시설 약 1만5000㎡를 확보해 맞은편 코엑스와 함께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산업의 핵심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제안서에 대해 “서울시의 밑그림을 반영한 MICE산업 지원 시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분야별 전문가와 협의회를 구성해 현대차그룹과의 사전협상에 착수하고 교통·환경 영향 등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사전협상에서는 제출된 건축계획, 도시계획, 공공기여계획(안) 등을 협의·조정해 최종개발계획(안)을 마련한다. 이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 세부개발계획 수립과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면 교통영향평가, 경관·건축심의 및 건축 인허가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장은 “현대차그룹과의 적극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구상안을 조속히 정립하고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한전 본사 이전에 따른 공백기간에 삼성동 상권이 타격받지 않도록 계열사 조기 이전에 착수했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지난달 3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서울사무소를 삼성동 옛 한전 본사 사옥으로 옮긴 데 이어 이달 중순 설 연휴를 전후해 현대글로비스가 역삼동 본사를 삼성동으로 이전한다. 현대제철이 인수한 동부특수강과 현대파워텍,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옛 한전 본사에 터를 잡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GBC를 완공한 뒤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입주시킬 계획이었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계열사 조기 입주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현우/홍선표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