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나도 변함없는 인기, 가격과 명성 모두 최고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1번 출구를 나오면 왼쪽 편으로 거대하게 펼쳐진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논현로를 따라 조성된 이 아파트 단지에는 무려 6148세대가 입주해 있다.
현대건설의 주도 아래 시작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은 1975년 첫 삽을 뜬 이후 12년 동안 계속됐다. 6148세대가 입주한 이 단지의 아파트는 5층부터 12층, 14층, 15층 다양한 높이로 돼 있다.
형태는 계단식과 복도식 두 가지가 있는데, 계단식이 복도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용면적이 더 넓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남향으로 지어졌지만 몇몇 동은 대지면적에 맞춰 동향으로 이뤄진 곳도 있다.
현대아파트는 109.09㎡(33평), 141㎡(43평), 172㎡(53평), 176㎡(53평), 216㎡(65평) 등 다양한 면적으로 지어졌고, 이중 공급면적 109.09㎡(33평)가 총 433가구로 가장 많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109.09㎡의 경우 매매가는 11억원 선이며, 전세는 5~6억,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20만원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압구정이 워낙 부촌으로 이름이 높아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아도 나가려는 사람이 적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며 "가격이 높은 데에는 재건축 프리미엄도 한 몫 한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소위 '8학군'으로 불리는 압구정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학교까지 원스톱 통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단지 주위에 신사시장, 금강쇼핑센터, 동사무소 등이 있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1976년 6월 첫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완공된 지 40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보수공사를 통해 외관은 말끔하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아파트 내부도 외관만큼 깔끔했다. 발코니 확장으로 실내 면적이 넓어진 이 아파트는 현재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설들이 양호한 편이었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의 내관과 외관을 새롭게 했지만, 난방은 여전히 중앙난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파트 사이사이에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205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중앙난방이라 쓸데없이 돈이 낭비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겨울에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난방이 잘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집이 남향은 아니지만 햇볕이 잘 들고, 아파트 동과 동사이가 넓어 전경이 탁 트여 있는 점이 장점이다"고 전했다.
부촌으로 유명한 이 아파트에는 기업인과 교수, 고위직 관리 법조인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인 강호동·유재석·김희애 씨도 오랜 기간 이곳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노홍철은 최근 경매를 통해 전용면적 160㎡(54평형)의 호실을 22억원에 낙찰 받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파트는 오래 전에 지어진 대다수 아파트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주차난을 겪고 있었다. 과거에는 아파트 준공시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오전에는 그나마 출근 차량이 빠져나가 다행이다"며 "오후 7시가 넘으면 이곳은 주차 문제로 전쟁터로 변한다"고 밝혔다.
강남 노른자위가 된 모래밭…76개동 1562세대 대단지 건설
'압구정(鴨鷗亭)'이라는 지명은 수양대군의 모사로 유명한 한명회가 지은 정자로부터 유래됐다. 그는 '물새들이 희롱하는 정자'라는 의미로 정자의 이름을 압구정이라 지었다.
1970년대 압구정동은 배 밭이 있던 동네였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한강변 모래밭은 경부고속도로를 공사하던 현대건설이 외국에서 수입한 건축 장비 보관용으로 확보한 땅이었다. 농지와 창고로 사용된 이곳은 제3한강교가 놓이면서 강남의 노른자위로 급부상했다.
현대건설은 1973년 지어진 서빙고아파트를 성공적으로 지으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건립사업에 뛰어 들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5년 제1차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를 위해 1976년 현대건설은 주택사업 부분을 분리해 한국도시개발을 만든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3차까지는 현대건설이 주도해 지었고, 나머지 4~14차는 한국도시개발(현 현대산업개발)의 손에 넘겨졌다.
1·2차 단지 분양 당시 이곳은 교통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생활 편의시설이 없어 인기를 끌지 못했다. 3·4차부터 시장, 상가, 쇼핑센터, 학교 등의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70년대 말부터 강남에 아파트 붐이 일면서, 압구정으로도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대아파트는 현대건설이라는 대기업 프리미엄으로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7차 단지까지 무사히 분양을 마친 현대아파트는 당대 최대 규모의 고급아파트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명성을 얻게 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7년 5차분 분양 당시 큰 문제가 생겼다. 현대건설은 5차 분양의 총 728가구의 절반은 사원용, 절반은 일반 분양용으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강남에 분 아파트 열풍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사회 고위층들은 현대와 정부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무주택 직원들에게 분양돼야 할 아파트의 상당수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기업인 등에게 분양됐다.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은 당시 언론매체들에 의해 대서특필됐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당시 한국도시개발 사장, 곽후섭 서울시 부사장, 주택은행 임원 등이 구속됐고, 특혜 분양을 받은 고위공직자들은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