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0%대로 떨어진 뒤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내수 부진 요인이 겹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일정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통계청은 "담뱃값 인상으로 물가가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석유류, 도시가스 요금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 커지고 있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에는 저유가, 저성장, 기대심리 하락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세계 물가는 2012년 이후 상승률이 둔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가 급락으로 기저효과가 컸던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디플레이션이나 디스인플레이션에 빠진 국가는 작년 말 기준 선진국 33개국 중 82%(27개국)에 달한다. 유례가 없는 저물가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개도국도 작년 말 68개국 중 19개국(27.9%)이 저물가와 디스인플레이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위기 이후 비중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디플레이션의 표면적 이유라면 그 기저엔 성장세 저하가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낮아지고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세계적 저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경제가 3% 내외 성장을 이어가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최근의 흐름을 경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는 장기 성장세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저하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 등 적극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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