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민음사 제공
1977년 제정돼 38년 동안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오늘의 작가상’이 공모제에서 탈피해 한 해 출간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 범위를 넓힌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81·사진)은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향의 ‘오늘의 작가상’ 개편 계획을 밝히면서 “영화 ‘국제시장’처럼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문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예지《세계의 문학》창간과 함께 제정돼 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오늘의 작가상’은 제1회 한수산의《부초》를 시작으로, 박영한(2회·머나먼 쏭바강), 이문열(3회·사람의 아들) 등 문단의 거장들을 배출한 국내 대표 문학상이다.

그동안 민음사에 투고된 작품만 심사했지만 올해부터는 한 해 동안 출간된 모든 한국 소설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작가의 등단 연도, 장·단편, 장르 등을 가리지 않기로 한 것이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이다. 통상 출판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의 수상작은 해당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심사는 전년도 6월1일부터 해당 연도 5월31일까지 출간된 한국소설 단행본과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먼저 작가, 평론가, 기자, 문화예술인, 독자 등으로 구성된 50명의 추천위원단이 한 사람당 세 작품을 추천한다.

이를 바탕으로 20~30종의 작품을 선정한 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공개한다. 1차로 뽑힌 작품들은 운영위원회가 선정한 5~7명의 위원단 심사와 독자 설문을 합쳐 10권의 후보작을 고른다. 한 달 동안 후보작들을 심사해 8월 중 수상작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 10편은 알라딘에 작가 인터뷰,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작품론과 서평이 실리며 수상작은 2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박 회장은 “수상자에게 차기작 계약 등과 같은 어떤 조건도 달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어떤 이득도 취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음사에서 출간된 작품이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이든 이미 다른 상을 받았든 개의치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음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많은 작가에게 수상 기회를 넓힌 이유는 한국 문학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박 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한편 기존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몇 년간 문학이 많이 처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를 최소 일본문학 정도로 끌어올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요즘은 책을 대신할 것들이 많아 아무리 좋은 책을 내도 읽지 않는 세상이 됐다”며 “예전처럼 사람들이 계절마다 꼭 읽어야 할 소설책을 찾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민음사에서) 내지도 않을 책에 상을 주는 건 손익계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역발상"이라며 "그만큼 문학 판을 키워보겠다는 간절함이 깃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