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민간교류 도우미' 자처한 박삼구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경영권 되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경색된 한·일 관계 회복을 돕기 위해 일본 정·관계와 관광업계 종사자를 포함한 방한단 1400여명을 유치, 교류행사를 열기로 했다. 양국 관계가 수년째 얼어붙은 가운데 일본 측에서 대규모 방한단을 꾸린 것은 이례적이다.

박 회장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겸 일본전국여행업협회장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이번 교류행사를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일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일 우호교류 행사’를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연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 방한단은 12~13일에는 ‘한·일 우호교류 투어’를 진행하고 14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여행업 상담회’와 ‘관광교류 확대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오후 6시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박 회장과 니카이 회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보 시게토 일본 관광청장,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우호교류의 밤’을 연다. 에사키 데쓰마 자민당 부간사장(중의원 의원)과 다루미 히데오 관방총무과장, 일본전국여행업협회 산하 여행사 젠료의 이케다 다카아키 사장 등도 이번에 한국을 찾는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이번 교류행사 개최를 통해 오랫동안 다져온 글로벌 인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중우호협회 회장을 맡아 대표적인 재계의 중국통으로 잘 알려진 박 회장은 20년 가까이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인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김포~하네다 노선 개설 당시엔 성사를 위해 일본 정부와 항공업계 관계자들을 옆에서 설득했고 일본전국여행업협회와도 꾸준히 접촉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광위원장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한·일 관광을 통한 민간교류를 활발히 해야 소원해진 국민감정이 회복되고 내수활성화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 방한단 대표인 니카이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다. 박 회장과 니카이 회장은 2000년 니카이 회장이 운수상이던 시절 처음 만났다. 니카이 회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 회장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나의 의형제이며 내가 가장 신뢰하는 한국의 대표적 경제인”이라고 소개했다.

니카이 회장은 자민당 중의원(하원) 11선으로 운수상(현 국토교통상), 경제산업상 등을 지냈다. 현재는 자민당 핵심 보직 중 하나인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일본 정계 거물이기도 하다. 또 일본 내 5700여개 여행사가 가입된 일본전국여행업협회의 비상근 회장으로 20년째 일하며 여행업계를 통한 민간 교류 활성화도 강조해왔다.

한국 측에선 오는 3월 이번 행사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한국여행업협회에서 약 500명 규모의 교류단을 조직해 일본 도호쿠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