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 싫다"…수도권 떠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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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銀, 지난해 폐쇄 점포 70%가 수도권…신설은 대전·충청에 많아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문을 닫은 점포 10개 중 7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로 문을 연 점포의 절반 이상은 지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점포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각종 규제 등으로 수도권 성장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수도권 점포 포화·규제 탓”
3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폐쇄 점포를 조사한 결과 문닫은 점포 151곳 중 109곳이 수도권에 있었다. 폐쇄점포 전체의 72.1% 규모다. 수도권 가운데서는 서울에서 사라진 점포가 60곳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는 40곳이었으며 인천은 9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은 과거 성장 시기 은행들이 수도권 점포를 집중적으로 늘린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땅 따먹기’식 영업 탓에 출혈 경쟁이 벌어짐에 따라 수도권에서 적자 점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전체 점포 3610개 가운데 수도권 소재 점포가 2535개로 70.2%를 차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좁은 지역 안에 여러 점포가 난립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고,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각종 규제 탓에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위해 지방이나 해외로 떠나면서 ‘수도권 고객층’이 얇아진 영향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기업체 등이 수도권 밖으로 나가면서 수도권에서의 영업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한 탓도 크다.
○“새 먹거리 찾아 지방으로”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지방으로 무대를 넓히는 추세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점포 57곳 가운데 30곳(52.6%)은 지방 소재 점포였다.
지방 신규 점포 중에서는 대전·충청 지역 점포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세종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발을 빼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대전·충청 지역으로 옮긴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덕분에 각 은행의 전국 지역본부 가운데 실적 기준 하위권에 맴돌던 충청지역본부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전북, 광주·전남, 충북, 대구, 부산 등 각 지방 혁신도시에 새로 낸 지점도 많았다. 각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자금과 임직원들이 이들 점포의 타깃이다.
전국 단위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에서 세력을 넓히자 각 지역 맹주였던 지방은행들은 불만과 함께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각 지방자치단체 금고 사업을 두고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싸우는 모습도 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산 규모 등 덩치로 따지면 대학생(시중은행)이 초등학생(지방은행)과 싸우는 꼴과 다를 바 없다”며 “시중은행들이 해외 대학생(외국은행)과 싸울 자신이 없으니 애꿎은 초등학생만 괴롭히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방은행보다 낮은 만큼 지역 금융소비자들로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3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폐쇄 점포를 조사한 결과 문닫은 점포 151곳 중 109곳이 수도권에 있었다. 폐쇄점포 전체의 72.1% 규모다. 수도권 가운데서는 서울에서 사라진 점포가 60곳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는 40곳이었으며 인천은 9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은 과거 성장 시기 은행들이 수도권 점포를 집중적으로 늘린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땅 따먹기’식 영업 탓에 출혈 경쟁이 벌어짐에 따라 수도권에서 적자 점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전체 점포 3610개 가운데 수도권 소재 점포가 2535개로 70.2%를 차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좁은 지역 안에 여러 점포가 난립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고,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각종 규제 탓에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위해 지방이나 해외로 떠나면서 ‘수도권 고객층’이 얇아진 영향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기업체 등이 수도권 밖으로 나가면서 수도권에서의 영업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한 탓도 크다.
○“새 먹거리 찾아 지방으로”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지방으로 무대를 넓히는 추세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점포 57곳 가운데 30곳(52.6%)은 지방 소재 점포였다.
지방 신규 점포 중에서는 대전·충청 지역 점포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세종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발을 빼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대전·충청 지역으로 옮긴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덕분에 각 은행의 전국 지역본부 가운데 실적 기준 하위권에 맴돌던 충청지역본부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전북, 광주·전남, 충북, 대구, 부산 등 각 지방 혁신도시에 새로 낸 지점도 많았다. 각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자금과 임직원들이 이들 점포의 타깃이다.
전국 단위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에서 세력을 넓히자 각 지역 맹주였던 지방은행들은 불만과 함께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각 지방자치단체 금고 사업을 두고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싸우는 모습도 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산 규모 등 덩치로 따지면 대학생(시중은행)이 초등학생(지방은행)과 싸우는 꼴과 다를 바 없다”며 “시중은행들이 해외 대학생(외국은행)과 싸울 자신이 없으니 애꿎은 초등학생만 괴롭히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방은행보다 낮은 만큼 지역 금융소비자들로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