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의 공통점은 일부일처제(monogamy)의 강한 부정이다. 특히 프랑스 학자들이 더하다. 자크 아탈리는 이미 10년 전에 2030년쯤이면 결혼제도가 사라질 것이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비엔 구 보디망 세계미래학회장도 “수명이 100세를 넘으면 두세 차례씩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동거를 일부일처제의 진화라고 보는 프랑스인들도 많다. 미국 미래학자들 역시 결혼 제도를 부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헬렌 피셔는 “과거 1만년 동안보다 최근 100년간 결혼 관습이 더 변화한 사실을 볼 때 앞으로 20년 동안 결혼 제도의 변화는 더욱 극적일 것”이라며 “평생 동반자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하룻밤을 즐기는 사랑만 판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럴 듯한 전망이다. 유엔이 2045년 세계를 전망한 미래보고서도 결혼 제도는 낡은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일부다처제(polygamy)를 옹호한 학자는 게리 베커다. 혼인은 효용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개인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경쟁을 자극해 결혼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일처제보다 일부다처제가 낫다고 말한다.

동물이나 곤충들의 연구결과에서도 일부일처형은 드물고 그나마 평생 부부처럼 해로하는 것으로 보였던 새들도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여러 성적 상대를 원하는 인간 본능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도 미국 성인 여성 24%가 외도 경험이 있다는 킨제이보고서가 말한 그대로다. 하지만 ‘일부일처제의 신화’를 쓴 사회생물학자 데이비드 버래쉬는 결혼제도를 유지하려는 인간 사회의 필요성이 현재의 일부일처제를 존속시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11월 인구동향’에서 지난해 11월까지 결혼 건수가 27만1300여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연간 통계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 같다. 11월까지 신생아 출생 수도 40만3500여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4% 줄어들어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결혼이 줄어드는 건 물론 젊은 여성들의 결혼 기피가 많아서다. 인류의 기술 진보가 낳은 결과다. 최근 들어선 사이버 가상공간에서 결혼하는 사이버결혼도 증가한다고 한다. 현재의 결혼 제도 이후에 출현할 세상이 궁금하다. 그나저나 유럽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성전(聖戰)이 바로 다출산이라고 하니 참 결혼과 출산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