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꼬마 천사 구하기
제주도에서 23주 만에 겨우 520g의 몸무게로 태어난 수정이(가명)는 스스로 호흡이 안 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 헬리콥터로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에 이송됐다. 성대에 생긴 막을 제거하는 수술부터 받고 이 꼬마 천사는 그 작은 몸으로 생명을 위한 치열하고 아슬아슬한 전투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수정이같이 24시간 중 단 몇 초라도 집중 치료가 삐끗하면 바로 위급한 상태에 빠지는 1.5kg 미만의 미숙아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은 출산율이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보이는 초저출산 국가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약 43만명으로 20년 전보다 40%나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여성들의 임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 중 미숙아로 태어나는 비율이 6% 정도로 20년 전에 비해 1.5배 증가했고, 극소 저체중아와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5배나 증가했다.

이렇게 어렵게 태어나는 신생아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볼 때 신생아 집중 치료에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이 분야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의료인력이 필수적인데 국내에 이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24시간 전문의가 비상 대기하는 건 물론, 이틀이 멀다 하고 밤을 꼬박 세우는 당직을 서야 한다. 신생아 중환자 치료라는 중요 업무를 담당할 인력 양성과 지원은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

신생아나 미숙아에 특화된 고가의 특수 의료기기 및 처치 재료 수급 역시 어려운 점이 많다. 엄마의 뱃속과 동일한 환경을 제공하는 특수 인큐베이터 등 각종 첨단 고가 장비 등은 수요가 많지 않아 국내 수입이 잘 안 되고 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치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큰 문제가 있다. 또 의료 취약 지역에서 태어나는 미숙아들의 응급치료를 위해 전국적인 환자이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아기들은 퇴원 후 다시 입원하는 빈도가 30%에 달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집중 관리해 줄 수 있는 보건정책적 배려와 지원도 필요하다.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미숙아 및 고위험 신생아 치료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초저출산 문제에 대처하는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6개월 만에 건강하게 엄마 품으로 돌아간 수정이와 같은 꼬마 천사들이야말로 우리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