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日법조계가 들려준 조언
올해로 법률시장 완전 개방 10년째를 맞은 일본에서 내년 이후 완전 개방되는 국내 법률시장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취재차 찾은 일본 역시 최근 급속한 변호사 숫자 증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일본 법조계는 변호사나 로펌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일본의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불리는 니시무라아사히의 가와이 고조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나 조세, 지식재산(IP) 등에 특화된 특수 로펌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로펌의 변호사 숫자 등 양적 규모가 아니라 전문성 여부”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펌 오릭의 야쿠라 신슈케 파트너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이 따라갈 수 없는 한국법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역시 전문성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 ‘살아남는’ 변호사와 ‘퇴출되는’ 변호사로 양분됐다.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 이어 글로벌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카토리 요시히로 오릭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전문성, 리더십을 가진 변호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증한 변호사의 상당수는 집을 사무실 삼아 일하거나 실질적인 법률 업무를 못하는 ‘무늬만 변호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변호사업계의 전언이다. 가와이 변호사는 “매년 2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배출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는 것은 수백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 법률시장 완전 개방의 영향에 대해 국내 로펌들은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그 충격은 예상외로 클 가능성이 있다. 일본 로펌에 주로 사건을 맡기는 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은 국내 로펌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그룹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아웃바운드) 사건에서 국내 로펌을 이용한 경우와 글로벌 로펌을 이용한 경우의 비용, 승소 가능성, 법률 리스크 회피 등을 조사했다”며 “국내 로펌보다 글로벌 로펌에 일을 맡겼을 때 더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펌은 국내 소송이 벌어졌을 때나 사용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배석준 법조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