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시공회사가 하던 일, 계열사 설립해 직접 나서
한샘 전담인력 대폭 확대…현대리바트 등 영입 '속도'
동네에서 가구를 설치해주던 시공기사들이 가구회사의 전담 서비스 인력으로 편입되고 있다. 제품을 브랜드화한 가구회사들이 이제는 ‘시공기사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가구 공룡기업’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시공기사의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국내 가구기업이 지금까지 수십년간 제품 브랜드화를 이루고 품질과 가격 경쟁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시공기사와 애프터서비스(AS) 등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배송과 설치를 담당하는 시공기사야말로 고객을 직접 만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시공전문회사 한샘서비스원을 설립한 한샘은 2005년 600명이던 시공기사를 2010년 900명, 지난해 2800여명으로 늘렸다. 올해는 경력과 신입을 합쳐 3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800명의 시공기사를 한자리에 모아 한마음체육대회를 연 것도 소속감과 자부심을 키워주려는 취지에서다.
한샘보다 뒤늦게 ‘전담 시공기사’ 영입에 나선 후발주자들도 최근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300명 수준이던 전문 시공기사를 지난해 6월부터 500여명으로 확대했다. 올해 신입·경력기사 50여명씩 100명가량 더 뽑을 예정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신입 시공기사는 3주간 교육과 두 달간 수습교육을 거쳐 현장에 배치하는데 고객응대 서비스교육을 백화점 직원 수준으로 하고 있다”며 “시공기사의 전문성과 친절도는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고 부실시공을 줄일 수 있어 효율경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넥스는 자회사인 엔비스 소속 전담 시공인력을 최근 100명에서 120명으로 늘렸다. 오는 3월 본사 소속 시공팀으로 옮겨 올 계획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올해 가구 설치 경험이 있는 30~40대 시공기사 위주로 30% 정도 충원할 예정”이라며 “수도권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3개월간 멘토링 교육을 통해 현장에 빨리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몬스가구는 2013년부터 전국 직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전담 배송 및 시공기사 100여명을 두고 있다. 올해는 이 인원을 12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까사미아는 매년 네 번의 기사 평가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고, 혼자 사는 여성 고객을 위해 배송기사의 프로필과 사진을 미리 보내주는 지정 예약제를 운영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구회사들이 전문 시공인력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시공기사의 ‘몸값’도 뛰고 있다. 특히 경력이 많은 전문 시공기사들은 여러 가구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 가구회사 관계자는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 시공기사는 건당 20만원씩 받는다”며 “하루에 두 건씩 한 달 동안 일하면 800만원 이상 월급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혼, 이사, 새 학기 등 성수기에는 배송 일자를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시공기사가 부르는 대로 돈을 주고 쓰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