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 대한 ‘골프 금지령’의 원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골프 회동에서 3당 합당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대통령이 되자 골프를 버렸다. 그는 1993년 청와대에 입성한 뒤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청와대 경내의 골프연습장도 없앴다.

골프가 호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 골프 금지령은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상징이 됐다. 새벽 골프, 변장 골프, 가명 골프 등의 ‘변칙 플레이’가 이어진 것도 이맘때다.

공직자 '골프 금지령' 원조는 YS…임기내내 골프 멀리한 MB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않았지만 공무원들의 골프를 막진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은 가끔 부부 라운딩에 나설 정도로 골프를 즐겼다.

이후 관가에 골프 금지령이 살아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08년 3월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시점에 골프를 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이듬해 이 전 대통령은 골프 금지령에 대해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신고하면서 할 필요까지 있겠느냐”면서도 “골프는 비용이 너무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려 운동이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금지령을 거둬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는 2011년 2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의 만찬에서 “나도 3월께 기업인들과 골프를 한번 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직접적인 금지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2013년 3월 초 북한의 위협이 거듭되던 시기에 현역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가 위중한 시기”라며 질책했고, 이것이 사실상의 골프 금지령으로 굳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