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건 PD "동물이 전하는 따뜻함, 인성 회복에 도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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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회 돌파한 14년 장수프로그램 '동물농장' 이덕건 SBS PD
촬영 품 많이 드는 교양프로그램
구조·관찰·수사 등 갖가지 기법
교양프로 드물게 10%대 시청률
촬영 품 많이 드는 교양프로그램
구조·관찰·수사 등 갖가지 기법
교양프로 드물게 10%대 시청률
“동물은 대수롭잖은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와 함께 SBS의 대표적인 장수프로그램 ‘TV동물농장’을 이끌고 있는 이덕건 PD(사진)의 말이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주로 700회를 돌파했다. 이 PD는 “모정(母情) 같은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동물이 사람보다 더 강하고, 이는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따뜻함을 주며 인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그런 부분들이 모여 시청자들을 ‘힐링’해 온 것이 장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농장은 말 그대로 동물을 소재로 한 복합교양 프로다. 119구조대처럼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기도 하고, 일반 가정집이나 어떤 지역의 특이한 동물을 취재하기도 하고, 신출귀몰하는 길거리 동물을 관찰하기도 한다. 야성이나 비행능력을 잃어버린 동물을 회복시켜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일도 한다. 동물학대 제보를 받으면 시사프로그램처럼 ‘자체 수사’를 벌여 범인을 추적한다. 건물 벽장 안에 갇힌 의문의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주 동의 하에 벽을 거의 허물어버린 적도 있다. 대부분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 PD는 “동물들 행동이 언제 나올지 모르고, 의미를 부여해 스토리를 만들려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며 “소재만 동물일 뿐 모든 제작기법이 동원되는 치밀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보통 한 장면을 잡기 위해 AD 2명으로 이뤄진 1팀이 카메라 4~5대를 계속 돌린다. 카메라가 박살나는 것은 다반사다. 팀장인 그를 정점으로 작가, AD 9팀, 음악담당 등 40여명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프로를 만들고 있다.
이 PD는 최근 가장 기억나는 동물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거식증’에 걸린 고양이를 꼽았다. “먹는 것은 사람과 달리 동물이 조절하기 힘든 강력한 본능인데 정말 놀라웠어요. 아사 직전까지 갔는데, 새 주인에게 입양돼 정서적 안정을 찾고 나서야 식욕을 되찾았습니다. 늘 동물의 새로운 점을 배우게 됩니다.” 또 기억나는 동물로는 자기 새끼가 아님을 알면서 기꺼이 ‘입양’을 받아 이소(離巢·아기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것)까지 지켜준 ‘황조롱이 대리모’를 꼽았다. 이런 ‘성장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 수주에서 길게 수개월까지 촬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동물농장은 교양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이 PD가 처음 합류한 2008년에는 시청률이 곤두박질쳐 한때 폐지 직전까지 갔었다. 소재 고갈 때문에 경쟁사의 유사 프로그램들도 줄줄이 없어졌다. 이 PD는 팀을 재정비하며 프로그램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1회 때부터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 신동엽 씨의 지난 몇 년간 ‘물오른 진행력’도 한몫했다.
대부분 젊은 계약직 전문인력으로 이뤄진 팀의 노동강도는 애로사항이다. 이 PD는 “한 회를 만드는 데 보통 2~3주가 걸리는데 밤샘 작업도 많고 휴일도 제대로 보장이 안 돼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는 팀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해가 갈수록 촬영 현장에서 호의적인 분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며 동물 배려, 함께 사는 사회에 일조했다는 보람이 있다. 그것이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그것이 알고싶다’와 함께 SBS의 대표적인 장수프로그램 ‘TV동물농장’을 이끌고 있는 이덕건 PD(사진)의 말이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주로 700회를 돌파했다. 이 PD는 “모정(母情) 같은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동물이 사람보다 더 강하고, 이는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따뜻함을 주며 인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그런 부분들이 모여 시청자들을 ‘힐링’해 온 것이 장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농장은 말 그대로 동물을 소재로 한 복합교양 프로다. 119구조대처럼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기도 하고, 일반 가정집이나 어떤 지역의 특이한 동물을 취재하기도 하고, 신출귀몰하는 길거리 동물을 관찰하기도 한다. 야성이나 비행능력을 잃어버린 동물을 회복시켜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일도 한다. 동물학대 제보를 받으면 시사프로그램처럼 ‘자체 수사’를 벌여 범인을 추적한다. 건물 벽장 안에 갇힌 의문의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주 동의 하에 벽을 거의 허물어버린 적도 있다. 대부분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 PD는 “동물들 행동이 언제 나올지 모르고, 의미를 부여해 스토리를 만들려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며 “소재만 동물일 뿐 모든 제작기법이 동원되는 치밀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보통 한 장면을 잡기 위해 AD 2명으로 이뤄진 1팀이 카메라 4~5대를 계속 돌린다. 카메라가 박살나는 것은 다반사다. 팀장인 그를 정점으로 작가, AD 9팀, 음악담당 등 40여명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프로를 만들고 있다.
이 PD는 최근 가장 기억나는 동물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거식증’에 걸린 고양이를 꼽았다. “먹는 것은 사람과 달리 동물이 조절하기 힘든 강력한 본능인데 정말 놀라웠어요. 아사 직전까지 갔는데, 새 주인에게 입양돼 정서적 안정을 찾고 나서야 식욕을 되찾았습니다. 늘 동물의 새로운 점을 배우게 됩니다.” 또 기억나는 동물로는 자기 새끼가 아님을 알면서 기꺼이 ‘입양’을 받아 이소(離巢·아기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것)까지 지켜준 ‘황조롱이 대리모’를 꼽았다. 이런 ‘성장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 수주에서 길게 수개월까지 촬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동물농장은 교양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이 PD가 처음 합류한 2008년에는 시청률이 곤두박질쳐 한때 폐지 직전까지 갔었다. 소재 고갈 때문에 경쟁사의 유사 프로그램들도 줄줄이 없어졌다. 이 PD는 팀을 재정비하며 프로그램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1회 때부터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 신동엽 씨의 지난 몇 년간 ‘물오른 진행력’도 한몫했다.
대부분 젊은 계약직 전문인력으로 이뤄진 팀의 노동강도는 애로사항이다. 이 PD는 “한 회를 만드는 데 보통 2~3주가 걸리는데 밤샘 작업도 많고 휴일도 제대로 보장이 안 돼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는 팀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해가 갈수록 촬영 현장에서 호의적인 분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며 동물 배려, 함께 사는 사회에 일조했다는 보람이 있다. 그것이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