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2층 창가 두 번째 자리
“커피는 원 없이 드시겠네요.”

우리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왜 카페베네에 지원하게 됐나요?” 입사 동기에 대한 직원들의 대답도 한결같다. “커피 회사니까요.” 이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커피 회사를 경영하면서 나 역시 하루에 두세 잔의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매장에 가서 마시기도 하고, 때론 회의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마시곤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직접 핸드드립 해서 마시는 커피다. 조금씩 쏟아지는 물줄기를 따라 분쇄된 원두 위에 원을 그리며 조심히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매시간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루 속에 나에게 주어지는 감성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조사에 따르면 주당 12.2회를 즐기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주식인 배추김치와 쌀을 넘어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식품 1위가 됐다.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사상 최대인 13만9000여t으로 나타났고 한국은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 됐다. ‘커피 한잔 할까?’라는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커피를 즐긴다.

변화가 시대의 흐름보다 빨라지는 지금,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특별한 것에 열광한다. 이에 부응하고자 여름에는 겨울 메뉴 개발과 마케팅 준비를, 겨울엔 내년 여름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도 가끔은 그대로 남겨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심 산마르코 광장에는 카페 ‘폴로리안’이 있다. 1820년 문을 연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괴테, 바이런 등 대문호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반 고흐의 걸작 중 하나로 알려진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모티브가 된 카페 ‘드 라르카사르’는 반 고흐가 1888년 4월에서 8월까지 하루에 1프랑씩 지급하며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두 카페의 공통점은 현재까지 운영되며 그 시절 감성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역시 2005년 초겨울, 당시 캐나다 밴쿠버 키칠라노 해변 귀퉁이의 작은 카페에서 마셨던 카푸치노 한 잔에 영감을 받아 카페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몇 번을 찾아간 그곳에서는 여전히 맛있는 카푸치노가 나를 반겨줬다.

2층 창가 두 번째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 맛을 잊지 못해 매일 매장을 찾는다는 한 고객의 편지에 감동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맛을 만들고 공간을 유지하는 일 또한 나에게는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김선권 < 카페베네 대표 skkim@caffebe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