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페이스북과 비아그라의 공통점은…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영어 단어는 기억하기 쉽지 않다. ‘뜻밖의 기쁨’ ‘뜻밖의 행운’이란 사전적 의미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단어와 딱 떨어지는 우리말이 없어서인지 의미를 외웠더라도 금방 잊기 일쑤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존 쿠삭,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로맨틱코미디를 떠올릴 듯싶다.

낭만적이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이 단어가 최근 들어 기업경영 부문에서 특히 혁신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성공 요인은 세렌디피티였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는 뜻밖의 행운인 세렌디피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기업과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세렌디피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책마을] 페이스북과 비아그라의 공통점은…세렌디피티!
구글 삼성 등 굴지의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20여년간 혁신 컨설팅을 해온 맷 킹돈 왓이프 대표는《세렌디피티》에서 ‘우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혁신의 힘’으로서 세렌디피티를 본격 탐구한다. 책의 원제가 ‘세렌디피티학(The Science of Serendipity)’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세렌디피티는 ‘뜻밖이기는 하지만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만은 아닌 행복하고 이로운 결과’다. 행운처럼 보이는 기쁜 사건이 실제로는 힘들게 얻어지는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관찰의 영역에서 기회는 오직 준비된 사람의 편”이라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비아그라를 만든 화학자 데이비드 브라운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협심증치료제 임상시험 중에 한 ‘뜻밖의 발견’을 300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로 이어지게 한 것은 브라운이 ‘준비된 자’여서다. 그는 협심증 치료 연구에 앞서 발기부전 프로젝트를 화이자에 제안했을 만큼 발기부전 분야에서 상업적 기회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과 실험실은 정보와 아이디어, 의견의 교류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충돌의 공간’이었다. 브라운이 ‘뜻밖의 발견’을 알게 된 것도 복도에서 나눈 대화 덕분이었다.

저자는 관습적인 사고방식이 단단히 뿌리박힌 대기업 조직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방법을 파헤친다. 대기업 환경에서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잡아 혁신에 성공하는 사람의 심리 구조와 행동 양식을 탐구하고, 바쁜 임원들이 어떻게 사무실에서 빠져나가 세렌디피티의 원재료인 자극을 얻고 ‘신선한 연관성’을 찾는 습관에 빠져드는지 살펴본다.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과 직원들의 우연한 소통과 접촉 기회를 늘리는 물리적 공간을 조성하는 노하우를 풍부하고 다양한 기업 적용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조직과의 전투’를 다룬다. 혁신 추진 과정에서 조직의 반대론자들과 불가피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로지 진정한 혁신의 영웅만이 자극을 얻으려는 노력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요구되는지, 얼마나 많은 실험이 헛된 것이었는지 안다”고 말한다. “열심히 매달리고 대담해질 준비가 돼 있다면 직접 행운을 부를 수 있다”는 메시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