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백화점을 비롯한 일부 유통주들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연속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도 실적 개선이 요원해보이고,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 문제도 진행형이어서 바닥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반등 시도하는 백화점 vs 헤매는 마트

지난달 초 16만원까지 밀렸던 신세계 주가는 이달 들어 8.26% 뛰었다. 5일 종가는 17만5500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간 치열한 수급 공방이 벌어지면서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말 11만9500원에서 전날 13만2500원으로 9.81%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보합으로 마감됐다.

백화점주들이 오랜만에 반등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바닥 탈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강세가 설 대목을 앞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도 기존 투자자들이 단기 반등을 이용해 비중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등 일부 종목에 ‘쇼트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재매수)이 나타나는 등 설 연휴를 앞두고 단기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됐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소비심리가 워낙 좋지 않아 설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렛 출점 규제 등이 논의되고 있어 성장성을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반짝 강세를 보인 백화점주와 달리 이마트 롯데쇼핑 등 마트주들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 20만8500원으로 1.65% 하락하는 등 연일 뒷걸음질치며 지난달 반등폭을 모두 반납했다. 롯데쇼핑도 이날 4500원(1.78%) 내린 24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통주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대부분 추정치에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볼 때 소비심리 둔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유통주 주가의 바닥을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종목별 차별화 주목해야

코스닥 홈쇼핑주는 ‘큰손’들의 저가 매수를 배경으로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 GS홈쇼핑이 이날 21만8000원으로 2.11% 상승하는 등 지난달 19일 18만6000원을 바닥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CJ오쇼핑도 지난달 저점(20만2400원) 대비 8.41% 뛰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홈쇼핑 업체의 분기 매출이나 수익성에 큰 변화는 없지만 CJ오쇼핑이 마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이 홈쇼핑주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유통주들이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벗어나기는 힘들겠지만 업태별·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만큼 분기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거나 호재가 있는 종목들은 반등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홈쇼핑주들의 올 1분기와 2분기 실적은 점진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2013년과 지난해 출점한 아울렛,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이 올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라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저가매수에 나설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