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중고품·단골 '삼두마차'…美 게임유통 巨物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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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게임스톱
온라인 콘텐츠는 毒 아닌 藥
게임 다운로드 시장 끌어안아 8억3000만달러 매출 올려
일선 매장을 '중고 나라'로
1주일에 40만개 게임 재활용…전체 수익의 44% 차지
매출로 직결되는 고객충성도
열혈 게임 사용자만 직원 채용…고객심리 꿰뚫어 단골 대거 확보
온라인 콘텐츠는 毒 아닌 藥
게임 다운로드 시장 끌어안아 8억3000만달러 매출 올려
일선 매장을 '중고 나라'로
1주일에 40만개 게임 재활용…전체 수익의 44% 차지
매출로 직결되는 고객충성도
열혈 게임 사용자만 직원 채용…고객심리 꿰뚫어 단골 대거 확보
책도 다운받고 음악도 다운받아 듣는 세상이다. 다운로드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서점과 음반 판매점들은 몰락하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돈을 내면 바로 다운받을 수 있고, 스팀과 같은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다운받지 않고 즐기는 게임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게임판매 체인 게임스톱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 6500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주가 하락에 배팅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S&P5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공매도가 가장 극심하게 일어나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주식의 40% 이상이 공매도를 위해 대여 중이다. 실제로 경영이 어려웠다. 2013년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매출과 사내 유보금은 2011년부터 내리막을 탔다. 이제 기억 속에 사라져간 많은 음반 판매 체인 및 서점들과 같은 길을 걷는 일만 남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매출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6억달러 가까이 흑자 전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온라인서도 돈 버는 오프라인 게임 체인
1980년대 중반 창업한 게임스톱은 1988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2000년과 2005년에 주요 경쟁사를 매입해 버리는 방식으로 게임기 및 게임 유통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게임스톱을 통한 게임기 판매 속도는 시장 전체 평균의 2배였고, 게임 판매 속도는 4배에 달했다.
콘텐츠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제히 후퇴하면서 게임스톱도 2010년대 들어 매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폴 레인스 최고경영자는 “게임스톱은 보기보다 복잡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톱에서는 실물 게임 CD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도 많이 거래된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전체 게임 관련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게임스톱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하며, 지난해 전체 게임 다운로드의 10~15%가 게임스톱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따라 90억달러였던 작년 게임스톱 매출에서 해당 분야가 차지하는 매출은 8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온라인 콘텐츠 증가가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통념을 깼다.
중고품 매매가 이익의 44%
게임스톱의 가장 독보적인 사업모델은 중고 게임기 및 게임 매매다. 싫증난 게임을 한 무더기 들고 매장에 오면 중고가로 사주고 그보다 많은 신작 게임을 사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게임스톱은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익을 거둔다. 지난해 나온 게임 ‘레고 더 호빗’이 단적인 예다. 매장에서 이 게임을 12~15달러에 매입해 해당 게임을 원하는 고객에게 38달러에 판매한다. 고객들 역시 게임당 60달러 정도인 구입가를 아낄 수 있다.
이를 위해 게임스톱은 본사가 있는 미국 댈러스에 대형 게임 재활용센터를 마련했다. 각지에서 수거한 중고 게임들은 이곳에서 제품 상태를 점검 받은 뒤 다시 포장돼 일선 매장에서 팔린다. 1주일에 많게는 40만개의 게임이 이곳을 거쳐간다.
중고 게임기 매매에도 적극적이다. 게임스톱에서 판매하는 게임기 중 30% 이상은 중고품으로 게임스톱에 돌아온다. 이런 게임기들 역시 본사로 수거돼 고장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손본 뒤 다시 고객에게 팔린다. 게임스톱은 게임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리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개발팀까지 두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중고품 매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전체의 44%다. 게임 유통에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아마존 등 대형 유통사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게임스톱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월마트는 지난해 3월 게임 중고 판매에 뛰어들겠다고 밝혔지만 특별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고 게임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수요가 아니라 끊임없이 중고품을 공급받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게임을 판매할 대상으로 게임스톱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충성도도 자산
게임스톱의 또 다른 경쟁력은 매장 직원들에게 있다. 이들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가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임스톱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스톱을 오가며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다. 이 때문에 게임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원하는 고객들의 심리도 잘 이해한다. 매장 직원들은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고객들과 친구 이상으로 친밀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 구매 취향과 이전에 어떤 게임들을 사모았는지도 알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게임스톱 매장 직원들과 그들의 고객은 자동차 소유자가 단골 정비사를 신뢰하는 것과 비슷한 관계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매장 직원이 다른 매장으로 전출 가면 먼 거리를 감수하고라도 해당 직원을 따라 움직이는 고객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스톱이 게임 콘텐츠 다운로드 시장에 진출할 때도 버팀목이 됐다. 201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게임 제작사는 좀 더 수익이 많이 남는 온라인 다운로드를 권장하기 위해 다운로드판에 한해서만 특별 캐릭터와 아이템을 제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은 특별 아이템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해 이 같은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다. 온라인 판매 증가는 매장 이용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게임스톱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를 찾아가 “매장에서 온라인 게임과 관련 콘텐츠를 다운받도록 할 테니 수익을 일부 공유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일선 매장과 매장 직원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와 친분을 자신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 같은 승부수는 들어맞았다.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게임스톱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40%, 소니는 3분의 1이 게임스톱 일선 매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스톱은 중고 휴대폰 매매에도 적극적이다. 사업구조가 중고 게임 및 게임기 판매와 똑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300만대 이상의 중고 휴대폰을 매매해 해당 사업은 회사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분야로 성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이 때문에 미국 게임판매 체인 게임스톱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 6500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주가 하락에 배팅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S&P5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공매도가 가장 극심하게 일어나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주식의 40% 이상이 공매도를 위해 대여 중이다. 실제로 경영이 어려웠다. 2013년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매출과 사내 유보금은 2011년부터 내리막을 탔다. 이제 기억 속에 사라져간 많은 음반 판매 체인 및 서점들과 같은 길을 걷는 일만 남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매출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6억달러 가까이 흑자 전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온라인서도 돈 버는 오프라인 게임 체인
1980년대 중반 창업한 게임스톱은 1988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2000년과 2005년에 주요 경쟁사를 매입해 버리는 방식으로 게임기 및 게임 유통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게임스톱을 통한 게임기 판매 속도는 시장 전체 평균의 2배였고, 게임 판매 속도는 4배에 달했다.
콘텐츠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제히 후퇴하면서 게임스톱도 2010년대 들어 매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폴 레인스 최고경영자는 “게임스톱은 보기보다 복잡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톱에서는 실물 게임 CD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도 많이 거래된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전체 게임 관련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게임스톱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하며, 지난해 전체 게임 다운로드의 10~15%가 게임스톱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따라 90억달러였던 작년 게임스톱 매출에서 해당 분야가 차지하는 매출은 8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온라인 콘텐츠 증가가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통념을 깼다.
중고품 매매가 이익의 44%
게임스톱의 가장 독보적인 사업모델은 중고 게임기 및 게임 매매다. 싫증난 게임을 한 무더기 들고 매장에 오면 중고가로 사주고 그보다 많은 신작 게임을 사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게임스톱은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익을 거둔다. 지난해 나온 게임 ‘레고 더 호빗’이 단적인 예다. 매장에서 이 게임을 12~15달러에 매입해 해당 게임을 원하는 고객에게 38달러에 판매한다. 고객들 역시 게임당 60달러 정도인 구입가를 아낄 수 있다.
이를 위해 게임스톱은 본사가 있는 미국 댈러스에 대형 게임 재활용센터를 마련했다. 각지에서 수거한 중고 게임들은 이곳에서 제품 상태를 점검 받은 뒤 다시 포장돼 일선 매장에서 팔린다. 1주일에 많게는 40만개의 게임이 이곳을 거쳐간다.
중고 게임기 매매에도 적극적이다. 게임스톱에서 판매하는 게임기 중 30% 이상은 중고품으로 게임스톱에 돌아온다. 이런 게임기들 역시 본사로 수거돼 고장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손본 뒤 다시 고객에게 팔린다. 게임스톱은 게임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리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개발팀까지 두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중고품 매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전체의 44%다. 게임 유통에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아마존 등 대형 유통사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게임스톱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월마트는 지난해 3월 게임 중고 판매에 뛰어들겠다고 밝혔지만 특별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고 게임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수요가 아니라 끊임없이 중고품을 공급받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게임을 판매할 대상으로 게임스톱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충성도도 자산
게임스톱의 또 다른 경쟁력은 매장 직원들에게 있다. 이들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가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임스톱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스톱을 오가며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다. 이 때문에 게임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원하는 고객들의 심리도 잘 이해한다. 매장 직원들은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고객들과 친구 이상으로 친밀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 구매 취향과 이전에 어떤 게임들을 사모았는지도 알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게임스톱 매장 직원들과 그들의 고객은 자동차 소유자가 단골 정비사를 신뢰하는 것과 비슷한 관계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매장 직원이 다른 매장으로 전출 가면 먼 거리를 감수하고라도 해당 직원을 따라 움직이는 고객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스톱이 게임 콘텐츠 다운로드 시장에 진출할 때도 버팀목이 됐다. 201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게임 제작사는 좀 더 수익이 많이 남는 온라인 다운로드를 권장하기 위해 다운로드판에 한해서만 특별 캐릭터와 아이템을 제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은 특별 아이템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해 이 같은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다. 온라인 판매 증가는 매장 이용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게임스톱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를 찾아가 “매장에서 온라인 게임과 관련 콘텐츠를 다운받도록 할 테니 수익을 일부 공유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일선 매장과 매장 직원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와 친분을 자신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 같은 승부수는 들어맞았다.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게임스톱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40%, 소니는 3분의 1이 게임스톱 일선 매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스톱은 중고 휴대폰 매매에도 적극적이다. 사업구조가 중고 게임 및 게임기 판매와 똑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300만대 이상의 중고 휴대폰을 매매해 해당 사업은 회사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분야로 성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