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남긴 '평균 회귀' 교훈
2015년 벽두부터 한국 국가대표축구팀은 국민들을 흥분에 들뜨게 만들었다. 바로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과 결과를 감안하면 채 1년도 되지 않아 거둔 준우승은 값진 결과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얼마나 극적인 변화였는지 신문기사 제목이 ‘엿 대신 꽃다발’이다. 월드컵 참가 후 귀국한 대표팀에 실망한 팬들은 엿을 던지며 감정을 표출했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팀에는 감동한 팬들이 꽃다발과 환호를 보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통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번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을 감안하면 지난 월드컵의 성적은 지나치게 나빴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나쁜 결과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통계적으로 볼 때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그 다음에는 평균을 향하거나 반대쪽 극단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을 ‘평균으로의 회귀’라고 부른다. 따라서 평균 회귀를 감안한다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평균 회귀가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엉뚱한 부분에서 그 연관성이 나타난다. 많은 리더가 부하 직원들을 칭찬하기보다는 더 자주 야단친다. 그 이유가 바로 평균 회귀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해 근래 보기 드물게 뛰어난 실적을 올린 부하 직원을 둔 상사가 있다. 그는 부하 직원의 뛰어난 실적을 칭찬하고 상을 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그 부하 직원은 다음해에도 전처럼 뛰어난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평균 회귀를 감안하면 지난해만큼 뛰어난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부하 직원의 실적이 나빠지면 상사는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 ‘섣부른 칭찬으로 부하 직원을 자만에 빠뜨린 것은 아닐까.’

반대로 지난 몇 년에 비해 현저히 나쁜 실적을 보인 부하 직원을 둔 상사가 있다. 이 상사는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할까. 아마도 심하게 질책할 것이다. 야단 맞은 부하 직원은 심기일전해 다음번에는 좋은 성과를 올릴 것이다. 사실 부하 직원의 성과가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 평균 회귀가 의미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역시 부하 직원들은 다그쳐야 제대로 일한다니까.’

여러 차례에 걸쳐 이런 경험을 겪은 리더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겠는가. 아마도 자신이 칭찬하면 성과가 나빠지고, 야단치면 성과가 좋아진다는 착각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야단을 쳐야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착각하고 큰 소리를 치게 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의 실적이 상사의 칭찬이나 야단 때문에 바뀌었다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임을 알아야 한다.

실적이 나쁜 기업에서 이사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 프로스포츠에서도 성적이 나쁘면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독을 교체하는 강수를 둔다. 이는 평균 회귀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업이나 사람,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성과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경영이나 관리에서 나온다. 하지만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르내림이 있게 마련이다. 평균 회귀란 바로 오르내림이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말한다. 한 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원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적이 나빠졌다고 더 이상 기대할 부분조차 없어졌다고 속단하지도 말아야 한다.

삶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고 한다. 평균 회귀의 지혜를 알려주는 속담이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