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기술(技術)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는 ‘제43회 브라질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종합우승을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매년 개최하는 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와 대표선수 선발을 위한 평가경기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출전권을 따낸 47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오는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의 종합우승을 위해 6개월간의 강화훈련을 받는다.

모바일로보틱스 등 42개 직종에 출전하는 47명의 대표선수들은 소속업체와 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국제심사위원과 지도위원의 지도 아래 기술향상을 위한 훈련을 받을 것이다. 결의대회에서 선수들은 금연(禁煙), 금주(禁酒)는 물론 연인과의 사랑까지도 잠시 접어두는 금연(禁戀)도 약속했다. 우승의 영광을 위해 일시적인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1967년 스페인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래 총 27번 참가해 18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973년 제21회 대회 이후 1, 2위를 놓치지 않았고, 2007년 일본 국제기능올림픽부터는 4회 연속 종합우승하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특히 2013년 옛 동독의 산업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대회에서는 통일 독일의 경제적 성과와 위용을 입증하려는 주최국 독일의 추격과 견제 속에서도 종합우승하는 성과를 이뤘다.

국제기능올림픽 우승은 선수 개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기술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입증하는 것이다. 올해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가 창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종합우승은 10월에 울산에서 열리는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매우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종합우승을 하면 카퍼레이드로 온 국민이 환영해 주던 과거에 비해서는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간 우리 사회가 학력을 중시하다 보니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열정을 갖고 기술로 성장하는 젊은이들을 더 많이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 발전의 기초가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또 국제기능올림픽 우승은 청년실업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필요한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청년(15~29세) 실업자는 전년(8만3000여명)보다 20.5%(1만7000여명) 증가한 10만여명을 기록해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고 수많은 대학들이 설립되면서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을 가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학 졸업장보다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능이 중시되는 열린 노동시장이 만들어져야 젊은이들이 과도한 학벌이나 스펙 쌓기에 불필요한 정열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학습병행제도, 스위스식 도제학교 및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교육훈련 시스템 구축과 채용 등을 통해 대학 졸업장이나 영어 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역량이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브라질 국제기능올림픽의 종합우승은 우리 젊은이들의 높은 기능수준을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확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파울루 하늘에 자랑스럽게 휘날릴 태극기를 그려보며 우리 선수단이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굳게 뭉쳐 통산 19번째 종합우승의 쾌거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국제기능올림픽 한국委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