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호텔서 ',' 충전…명절 지친 마음까지 풀어주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급증한다고 한다. 남자들이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린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고가 가방과 보석을 많이 산다는 것이 백화점의 설명이다.

비슷한 일이 특급호텔에서도 일어난다. 명절 연휴 후반이 되면 특급호텔엔 평소와 달리 가족 단위 투숙객이 넘쳐난다. 역시 남자들이 명절 스트레스에 지친 아내를 배려하기 위해 특급호텔에 묵는 것이다.

특급호텔들의 이번 설 패키지 가운데 서울 신라호텔이 17~21일 운영하는 ‘마리아주 인 네이처’가 가장 고급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 객실과 라운지에서 남산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객실 1박과 함께 고급 와인과 식사를 즐기고 야외 자쿠지(물에서 거품이 생기는 욕조) 등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30여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30여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체크인 뒤 짐을 풀어 놓고 호텔 꼭대기 23층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 올라가면 서울 도심과 남산 풍경을 삼면으로 조망할 수 있다. 서쪽 창가로 가면 남산 능선과 서울N타워가 올려다보이고 북쪽으로 다가가면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 동편 창가에서는 해돋이도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았다면 차를 한 잔 마실 차례다. 이곳엔 싱가포르의 고급 차 브랜드로 유명한 TWG의 블랙티(홍차)를 비롯해 아홉 종류의 차와 빵, 마카롱, 초콜릿 등이 준비돼 있다. 조금 늦은 시간에 가서 육류, 해산물, 샐러드 등 30여 가지 요리로 저녁을 대신하는 것도 좋다.

도심 호텔서 ',' 충전…명절 지친 마음까지 풀어주네
호텔에 왔으니 근사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와인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다. 영빈관 1층에 ‘시그니처 와인 마리아주’가 마련돼 있다. 소믈리에가 엄선한 네 가지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포제 브리몽 프리미에 크뤼 드미섹’(샴페인), ‘마콩 솔뤼트르 르 클로’(화이트 와인), ‘샤토 오 블랑빌 엘레강트’(레드 와인), ‘시드르 탕드르 에릭 보르들레’(디저트 와인) 등이 마련돼 있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바이올리니스트 콘(KON)의 공연이 펼쳐진다.

호텔에 머무르는 맛은 역시 객실이다. 설 패키지의 기본 객실은 딜럭스룸(36㎡)이지만 비즈니스 딜럭스룸(43㎡)이나 슈페리어 스위트룸(66㎡)으로 등급을 높여 이용할 수도 있다. 흰색과 갈색을 기본으로 한 실내 디자인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신라호텔 객실의 특징이다.

이 호텔 객실의 침구류는 많은 투숙객이 “파는 건 없느냐”고 물어볼 만큼 반응이 좋다고 한다. 매트리스 위에 거위털 패드가 있고 이불의 밀도가 400TC(평방인치당 실의 가닥 수)로 국내 호텔 침구류 중 가장 높아 편안히 잘 수 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침대는 트윈베드와 더블베드 중 선택할 수 있고, 각 방에는 55인치 또는 65인치 스마트 TV가 있다. 욕실에는 영국 스킨케어 브랜드인 몰튼 브라운의 샴푸, 린스, 보디워시, 보디로션, 비누가 있다. 몰튼 브라운은 영국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이 사용해 더욱 유명해진 브랜드다.

신라호텔은 아침 산책 코스도 잘 갖춰져 있다. 영빈관 뒤편 조각공원부터 1.6㎞의 산책로가 남산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설 패키지 투숙객은 야외수영장 한쪽에 있는 자쿠지와 핀란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자쿠지와 핀란드 사우나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아침식사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할 수 있다.

설 패키지 가격은 어떤 객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세금과 봉사료를 제외하고 딜럭스룸은 32만원, 비즈니스 딜럭스룸은 42만원, 슈페리어 스위트룸은 65만원이다. 작지 않은 금액이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1년 중 가장 저렴하게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이때다.

영빈관 와인 만찬과 야외 자쿠지, 핀란드 사우나는 모든 설 패키지 이용객에게 제공된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이용하려면 비즈니스 딜럭스룸 이상을 선택해야 한다. 최대 3명까지 투숙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딜럭스룸은 5만원, 이그제큐티브 비즈니스 딜럭스룸 이상은 1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