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자들의 전성시대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가치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이 2013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꾸준한 장기 성과에 돈 몰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중 어느 하나라도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고 공시한 자산운용사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4곳이었다. 이 중 에셋플러스, 한국밸류, 메리츠운용 등 3곳이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다.

에셋플러스운용의 작년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2013년 대비 1096% 급증했다. 매출도 154억원으로 177% 늘었고 순이익(55억원)은 1013% 증가했다. 이 회사는 ‘국내 가치투자자 1세대’ 강방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작년 실적이 급증한 데는 결산월 변경으로 2013회계연도는 9개월, 2014회계연도는 12개월로 계산된 효과도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수탁액 증가의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에셋플러스운용의 대표 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는 최근 1년간 15.84%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2년 수익률은 28%다. 이 회사의 수탁액은 2013년 말 1조7344억원에서 지난 4일 현재 4조7790억원으로 불어났다. 강 회장은 “1등 기업에 투자해 꾸준한 장기 성과를 낸 것이 원인”이라며 “주식투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산다는 관점에서 미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검증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탁액 증가로 수입 급증

한국투자밸류운용의 2014년 영업이익(195억원)도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 이 회사는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이채원 부사장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로 유명하다. 이 펀드(모펀드 기준)의 3년 수익률은 51.02%로 가치주펀드 중 2위다.

작년 수탁액이 2조3021억원 급증하며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 채권형펀드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주식형펀드에 1조7354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부사장은 “올해는 수탁액을 크게 늘리기보다는 들어와 있는 돈을 잘 굴려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운용은 지난해 매출이 80억원으로 2013년보다 39% 늘었다. 작년 1월 취임한 존 리 대표의 야심작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선전 때문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6.46%다. 리 대표의 장기투자 철학이 시장에 널리 알려지며 메리츠운용의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2013년 말 717억원에서 현재 9967억원으로 불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재작년 12억원에 비해 줄었다. 운용 수수료 수입은 급증했지만 소규모 펀드 정리, 직원 복지 향상 등 존 리 대표의 회사 체질개선 작업에 따른 일시적 비용 지출 때문이란 분석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